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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0일 *대림 제2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10 조회수720 추천수1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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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대림 제2주간 월요일-루카 5장 17-26절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간절한 마음은 하늘에 닿는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던 중, 중풍병자를 평상에 누인 채 예수님께로 데려온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환자 얼굴도 잘 모르던 사돈의 팔촌 쯤 되는 사람들이었을까요? 아니면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길 가던 사람들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누구였을까요? 오랜 세월 한 지붕 아래 동고동락해왔던, 그래서 환자의 끔찍한 고통을 매일 직접 자신의 눈으로 지켜봐왔던 가족들이 아니었을까요?

 

    오늘 이 가족의 모습, 한번 가족이면 영원한 가족인 가족, 끝까지 가족 구성원을 포기하지 않는 가족, 끝까지 책임져주는 가족의 모습은 자꾸만 무너져내려가는 오늘날 우리 가족상 앞에 큰 의미와 성찰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가족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물론 아주 모범적인 가족들도 있습니다. 정말 훌륭한 가족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팽배해져만 가는 성공지향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여파로 인해 우리의 가족상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말만 가족이지 진정한 가족이 아닌 가족이 많습니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고는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가족이 아닌 가족이 많습니다. 가정이 마치 잠만 자는 여인숙이요 끼니만 해결하는 식당처럼 전락한 가족도 있습니다.

 

    잘 나갈 때만 가족이지 어쩌다 한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 가족도 아닌 가족이 있습니다. 건강할 때만 가족이지 어쩌다 중병 한번 들면 가족도 아닌 가족이 있습니다. 돈 잘 벌어 올 때만 가족이지 실직이라도 하면 인간취급도 못 받는 가족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중풍병자의 가족들이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특별합니다.

 

    중풍병자 가족이 가슴마다에 치유의 희망을 한 가득 안고 예수님께서 머무시는 집 앞에 당도했을 때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도착만 하면 바로 치료실로 안내될 줄 알았는데, 아니 이게 웬걸, 집 앞은 치유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습니다. 대기번호표를 나눠주는데 번호가 2000번이었습니다. 그냥 기다리다가는 사흘을 기다려도 소용없을 상황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완장 차고 정리하고 있는 사도들에게 사정사정 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새치기하다가는 몰매맞은 분위기였습니다. 고민 끝에 중풍병자 가족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가 막힌 묘안을 짜냈습니다. 다른 줄을 하나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편법이었지만 새치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지붕위로 올라갔습니다. 조심스럽게 지붕을 뜯어냈습니다. 지붕위에서 몰래 내려다보니 저 밑에 그들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예수님께서 앉아계셨습니다. 그들은 환성을 올리며 중풍평자가 누워있는 평상 끝 네 곳에 긴 줄을 매달아 조심스럽게 밑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밑에 계시던 예수님 상황은 어떠했겠습니까? 한 마디로 기가 차지도 않았습니다. 너무나 열심히 공생활을 하셔서 시장하셨겠지요. 짜장면 한 그릇 시켜 드리고 계시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열렸습니다. 그냥 열렸겠습니까? 지붕위에 싸여있는 먼지며 나뭇가지며, 이물질들이 밑으로 떨어져 내렸겠지요.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겠습니다.

 

    정말 예의가 아니었고, 몰상식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않으시고 중풍병자를 치유해주십니다. 중풍병자 가족들의 병자를 향한 지극정성, 한번 낫게 해주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간절한 마음은 하늘에 닿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이웃을 향한 그 간절한 마음, 애틋한 사랑, 지극한 정성을 요구하십니다. 멀리 있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장 가까이 살아가는 내 가족구성원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을 바라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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