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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자들의 불편함' 두려워 말고...,
작성자박승일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15 조회수389 추천수0 반대(0) 신고
교회
“신자들의 ‘불편함’ 두려워 말고 사회교리 말해야”[인터뷰] 박동호 신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강한 기자  |  fertix@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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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14  09: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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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가 지내는 두 번째 사회교리주간이 저물고 있다.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사회교리’는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나 신자들에게 전해졌고, 그들의 일상과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을까?

작년 여름, 사회교리주간을 만들자고 주교회의에 청원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서울 정평위)의 위원장으로서, 또한 한 본당의 주임사제로서 박동호 신부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두 번의 사회교리주간을 보낸 소감과 함께, 어떻게 하면 사회교리를 더 친숙하게 익히고 실천할 수 있을지 듣고자 그를 찾아갔다. 인터뷰는 12월 13일 오후 박 신부가 주임을 맡고 있는 신정동성당에서 이뤄졌다.

   
▲ 박동호 신부 ⓒ강한 기자
- 두 번 지낸 사회교리주간에 대한 소회와 평가가 궁금합니다.

“서울 정평위 위원 가운데 ‘교우들에게 사회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교회의 공식적인 기념일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주교회의가 사회교리주간을 제정하면 매년 담화문도 나올 것이고, 관련된 지침을 발전시킬 테니 사회교리를 알리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주교회의에 건의했지요. 아직 1년밖에 안 됐으니 만족할만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정평위에서 활동하는 사제나 관계자들은 교우들이 사회교리를 익히고 실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데 열의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본당 신부들에게 사회교리 교육자료 보냈지만 활용하지 않는 듯

- 두 번째 사회교리주간을 어떻게 지내셨나요?

“서울 정평위는 작년 제1회 사회교리주간을 마치고, 올 한 해 동안 교회 내 노동자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을 하고자 했으나 아직 결실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지난 주일에 열린 사회교리주간 기념 세미나와 미사는 주교회의 정평위와 서울 정평위가 함께했습니다. 12일 라운드테이블 토론에서는 ‘사회교리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어떻게 하면 교우들에게 사회교리를 알리고, 실천할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신자들, 특히 서울대교구 사회교리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을 중심으로 나눴고요. 올해는 성직자보다는 사회교리학교를 졸업한 동문과 서울 정평위 사회교리분과 위원을 중심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회교리주간 기념 세미나와 라운드테이블 토론 결과는 보고서로 만들어 정리할 계획입니다.

이번에도 서울 정평위는 각 본당 신부님들에게 사회교리주간 교육자료를 보냈습니다. 노동과 경제, 세계화 문제, 핵발전 확대 정책, 한반도 · 동북아 평화, 언론과 민주주의, 쌍용자동차 사태 등의 문제를 교회의 가르침에 비춰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내용입니다. 민영화 문제도 다뤘습니다. 이 자료를 신부님들이 얼마나 활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체감으로는 별로 활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회교리 보급 영향 극히 미미해 … 본당 신부, 수녀는 사회교리 꺼내지 않아
달콤한 이야기만 나누는 게 ‘사랑’과 ‘일치’일까

-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사회교리의 확산과 영향은 어떻다고 봅니까? 한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 사회교리의 확산과 보급, 영향은 아주 미미합니다. 사회교리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일부이고, 저처럼 일선 본당 사목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교리의 영향은 매우 작아요.

무엇보다도 본당 신부님, 수녀님들이 사회교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거나 관심사로 삼지 않아요. 사회교리의 내용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경제 문제에 관해 교회는 분명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 얘기를 하잖아요? 사회적 약자를 돌보자고 하면 사람들이 다 고개를 끄덕이고, 자선을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죠. 형편껏 도와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말하게 되면, 왜 빈곤의 대물림이 계속되는지 봐야 하고, 자본주의 경제구조나 정책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됩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스스로 일어서도록 하는 것’입니다. 항상 빵만 줄 수는 없잖아요? 그러려면 당연히 사회제도, 구조, 법률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쯤 되면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만약 어떤 법률이 사회적 약자를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법률이라고 말하면, 그 법률 때문에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듣기가 불편하죠.

   
▲ 2011년 5월, 박동호 신부가 당시 주임을 맡고 있던 서울 신수동성당에서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3편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지금도 박 신부는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할때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3편의 내용을 먼저 교육한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저는 사회교리를 널리 확산시킬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지난 4·11 총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은 정치, 경제, 복지, 교육, 환경 등 모든 분야에 관한 것이죠. 이런 공약을 수집해 사회교리의 관점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정리하면 사회교리를 보급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내용을 서울대교구 주보에 두 차례에 걸쳐 싣고자 했는데, 못했지요. 이유는 ‘교우들을 분열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의 가르침 중 교우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내용은 꺼내지 않고, 종교적이거나 감성적인 내용만 말하는 교회 분위기다 보니 사회교리를 확산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하느님을 말하지만 사람은 말하지 마라. 교회를 말하되 세상은 말하지 마라’는 것이죠. 듣기 좋고,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형제적 사랑’과 ‘일치’라고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겉으로는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속으로 점점 더 곪아가고, 겉모습은 그럴 듯한 꼴을 갖춰 가는 것 같지만 생명력과 활력은 잃어 가는 것이라고 봐요.”

- 사회교리로 인해 신자들의 삶이 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나요?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제2회 사회교리주간을 맞아 내놓은 교육자료 ⓒ강한 기자
“성당에서는 별로 못 봅니다. 그런데 사회교리학교를 졸업한 분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여요. 하나는 ‘가톨릭교회에 이런 내용의 가르침이 있는지 몰랐다. 왜 말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사회교리를 배운 뒤에는 사회 현실을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거예요. 전에는 신문과 TV를 통해 보고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어떤 사회 현실을 보고 ‘교회는 이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해보고, 찾아보기도 한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일반 신자가 읽기 어려워
성경으로 세상 읽기 운동 벌여야

- 신자들이 사회교리를 좀 더 친숙하게 접하고 실천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가톨릭교회 교리서> 중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 부분이나 <간추린 사회교리>는 일반 신자가 읽기 어려워요. 오히려 ‘성경에서 사회교리 찾기’가 더 쉬울 거예요. 성경을 오늘날의 역사, 경제, 정치, 문화적 환경과 비교해 읽는 것이 사회교리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교우들은 ‘성경으로 세상 읽기’를 하며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에 대해 신앙인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성찰할 수 있죠. 그러면서 얼마든지 <가톨릭교회 교리서>나 <간추린 사회교리>를 참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강론이나 교리교육, 성서 모임에서 성경으로 세상을 읽는 분위기가 퍼져 ‘운동’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루카 복음서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있는데,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죠. 강도당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두들겨 맞아 길 위에 쓰러진 사람이 있는데, 오늘날의 그런 사람은 누구인가? 경제적으로는 가난한 사람이고, 정치적으로는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이며, 문화 ·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이 아닐까? 그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은 누구인가? 자연스럽게 쌍용자동차 얘기도 할 수 있고 다른 여러 가지 얘기도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그런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빵 하나 건네는 방법도 있지만, 제도를 개선해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방법도 있죠. 구약성경에도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 앞으로 사회교리의 확산과 실천을 위해 우리 교회가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까요?

“두 가지인데 ‘불편함을 감수하자’는 것과 ‘성경을 역사, 공동체 차원에서 보고 세상을 읽는 눈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우선 교우들의 불편함이나 혼란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불편함과 혼란이 우리 안에 자리를 잡아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럴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불완전한 우리 현실을 외면한다면 내공을 잃게 돼요. 겨울철에 부모가 자녀를 집안에만 데리고 있으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아요.

불가피하게 사회교리는 이해관계에 따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피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어색함이나 혼돈이 싫고 불편해서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면, 우리는 안전한 길을 가는지 모르지만 교우들 입장에서는 교회에 대한 기대를 채우기 어려울 거예요. 불편함을 각오하고 지혜와 뜻을 모아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교우들에게 신뢰감을 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성경을 지나치게 개인적, 정서적으로만 해석하려 합니다. 앞서 강조했듯 성경을 역사적이고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읽는 게 사회교리를 확산하고 실천하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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