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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3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16 조회수323 추천수4 반대(0)
발목 골절로 수술을 받은 지 1달이 되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저는 일정을 많이 변경해야 했습니다. 다음 날 만나기로 한 분과의 약속을 연기해야 했고, 미국에 있는 친구를 방문하기로 한 것도 미루어야 했고, 학교 강의도 다른 분께 부탁해야 했습니다. 앰뷸런스를 타고 가면서 손은 바쁘게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새삼 제 자신이 무척 바쁘게 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 1달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홀로 지내면서 많은 것들을 놓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시면 집 짓는 자들의 모든 수고가 헛되다는 것입니다. 저의 능력, 시간, 친구들도 모두 주님께서 함께 해야만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련과 고통은 때로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쁜 핑계로 어머니와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젠 제가 어디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는 원 없이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매일 병원으로 출근하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주는 것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저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며칠 전에 후배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제 연수를 마치고, 예전에 알던 분들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기로 했었습니다. 벌써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성주간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보냈고, 이번에는 성탄도 예루살렘, 베들레헴에서 보내려고 했습니다. 시간도 있었고, 기도도 드렸고, 함께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구에서 갑작스럽게 인사이동이 있었습니다. 후배 신부님께서는 급히 본당 신부로 발령이 나야 했습니다. 교구장님의 연락을 받은 후배 신부님은 저의 말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셔야 한다!’ 자신이 세운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저처럼 많은 곳에 전화를 드리고, 기쁜 마음으로 교구장님의 뜻에 순명하였습니다.

사는 것이 다 그렇습니다. 채우려고만 하면 욕심이 생기고, 하느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뜻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누려고 하면 모든 것이 은총이고, 감사할 일들입니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최후의 제국’이란 프로를 보았습니다. 사람은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만으로는 결코 참된 행복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꽃을 좋아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이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 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곧 성탄절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꿈꾸었던 가치와 삶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과연 교회는 사제인 나는 예수님께서 바라고 원하셨던 그 꿈을 따라가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상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겸손과 나눔입니다. 사람이 되신 예수님은 바로 겸손의 표양이십니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 주신 예수님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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