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요셉이 정의로웠다는 의미는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17 조회수828 추천수16 반대(0) 신고



2012년 다해 대림 제3주간 화요일


<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자손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시리라. >


복음: 마태오 1,18-24






요셉의 꿈


렘브란트 작, (1650-1655), 부다페스트 미술박물관


     < 요셉이 정의로웠다는 의미는 >

               함석헌 선생께서 평북 오산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교무실에 난입했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로서는 도저히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었습니다.

난입한 학생들은 기물들을 부수고 선생님들을 마구 때렸습니다. 교사들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화난 교사들과 난입한 학생들 간에 난투가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난리가 벌어진 가운데서도 유독 함석헌 선생만은 얼굴을 두 팔에 파묻고 책상에 엎드린 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함석헌 선생의 그 모습을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그때 학생들 몇 명이 함석헌 선생을 찾아와 그 연유를 물었습니다.

선생의 대답은 자신이 얼굴을 들면 자신을 치는 학생들이 누구인지를 보았을 터인데, 그렇게 되면 당신도 인간인지라 당신을 친 학생들을 기억하고 평생 잊지 못할 것이므로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셨다는 것입니다.

 

지금 선거 열기가 최고조로 달하고 있고 서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는 때에 안철수 전 후보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여야 양측을 향해 의미 있는 비판을 하였습니다. 즉 이렇게 서로를 비방하는 혼탁한 과정을 거친다면 누가 되더라도 부끄러운 패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로를 비방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든 상처를 입게 되고 그 상처 입은 사람들은 상대에게 평생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비협조적인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누가 잘못을 했더라도 부끄러운 면을 굳이 들추어내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배서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방에서 열심히 배를 까먹고 있는데 어머니가 들어오셨습니다. 배 과수원 주인이 우리들이 따가는 것을 원두막에서 다 지켜보고 계셨지만 일부러 누구네 자식들인 것을 다 알면서도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것입니다. 그 때 어렸었지만 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누구인지 모르는 그 과수원 주인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떤 일이 있을 때 그것을 덮어두어도 되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따져서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지 추궁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셉은 마리아의 잉태를 사람들에게 굳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요셉이 의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정의로운 사람이라면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그냥 파혼해버리면 여자를 임신시켜놓고 책임도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면서도 그렇게 결정한 것이 과연 정의로운 사람일까요? 사실 자비와 함께하지 않는 정의는 무자비함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죽을죄를 범한 사람은 죽여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은 정의로운 것이 아니라 무자비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죄를 지었을 때 어떻게 하였습니까? 무자비하게 내치는 것으로 끝난 것일까요? 인간의 부끄러움을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며 감싸주셨습니다. 그 가죽옷이란 인간이 지닌 죄의 부끄러움을 감춰주기 위해 무언가의 희생이 요구된다는 암시입니다. 결국 우리 죄를 위해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당신 아드님의 희생이 요구되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은 정의로운 분이시기도 하지만 그 정의 안에 자비가 공존합니다.

 

노아가 술을 마시고 나체인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노아의 세 아들 중 함은 그 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자신의 형제들에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야펫과 셈은 그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로 들어와서는 자신들의 겉옷으로 아버지를 가려주었습니다. 누가 저주를 받고 누구 축복을 받았는지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에서 장발장의 잘못을 주교님이 감싸주지 않으셨다면 장발장은 더 안 좋은 사람으로 변해버렸을 것입니다. 예수님도 끝까지 유다의 배반을 제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을 상기해야겠습니다. 정의로운 사람은 요셉과 같이 타인의 잘못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희생하면서까지 그것을 감싸주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만이 요셉처럼 성가정의 가장이 되는 축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