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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구름만 많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 반영억라파엘 감곡매괴 성모성당
작성자김세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19 조회수614 추천수13 반대(0) 신고

 
 

대림 제3주간 수요일
 

 
<가브리엘 천사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알리다.>
+ 루카 1,5-25


 

구름만 많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

 

오늘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눈에 드는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투표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투표한 후에는 서로의 갈라진 마음이 오래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뽑히든 그렇지 않든 결과를 인정하면서 백성을 위한 지도자의 몫을 잘할 수 있도록 기도해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즈카르야와 엘리자벳은 경건한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의 계명과 규율을 어김없이 지키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식이 없었고, 어쩌다가 성전에서 봉사할 기회를 갖곤 하였습니다. 마침 즈카르야가 제비에 뽑혀 성전에 들어가 분향을 드리고 밖에서는 온 백성의 무리가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나타나 분향제단 오른쪽에 섰습니다. 즈카르야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루카1,13-14)

 

그러나 즈카르야는 하느님께 기도하면서도 그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을 믿지 못했습니다. 아기가 받게 될 이름, 요한은 하느님은 은혜로우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천사의 말을 의심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눈에 보이는 표징을 구했습니다. 결국 즈카르야는 이 불신 때문에 천사의 말이 그대로 이루어질 때까지 벙어리가 되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된 것이 곧 하느님께서 개입하셨다는 표징이 되었습니다.

 

즈카리야의 의심, 그리고 유다인들이 표징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구원의 다가옴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인간의 불신 따위에 구애 받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무슨 짓을 해도 조건 없이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말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만 담을 그릇이 준비되지 않으면 담지 못할 뿐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의 역사에는 인간의 자발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간은 이미 자유의지를 선물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계시는 구원이나 멸망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의심함으로써 은총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니 그 자체가 멸망이 되고, 믿는 이들에게는 구원의 근원이 됩니다. 사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합니다.(요한20,29)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되어 한 주간의 사제직무를 끝내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꼭 지키시는 분이라는 확실한 표징을 간직한 채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는 말을 하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하느님의 은혜로우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게 되었고 그가 고백합니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일을 해 주셨구나(루카1,25).

 

즈카르야에게 말씀을 꼭 지키시는 분이라는 확신을 주신 분, 엘리사벳에게 주님께서 굽어보셨다는 믿음과 감사를 고백하게 하신 분, 그분께서 우리에게도 구원을 약속해 주시고 우리를 지켜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이 혹 ‘밀운불우’(=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게 끼어 있을 뿐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여건이 조성되어 징조는 나타나지만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하고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비유한 말입니다.)일지라도 실망하지 말고 주님의 뜻을 헤아리며 은총의 비를 기다려야겠습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은총의 때를 놓치지 않도록 깨어 있는 오늘 이기를 바랍니다. “주님, 당신의 길을 제게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제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의 진리 위를 걷게 하시고 저를 가르치소서. 당신께서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니 날마다 당신께 바랍니다.”(시편25,4-5)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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