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5 화요일 예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이사9,1-6 티토2,11-14 루카2,1-14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

마침내 고대하던 구세주 예수님께서 오늘 밤 탄생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러 이 어둠과 죽음,

절망의 동토(凍土)에 오셨습니다.

빛으로, 생명으로, 희망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어제 미사 중 본기도가 생각납니다.

“주 예수님, 어서 오소서.

  저희는 주님의 사랑을 믿고 있사오니,

  지체하지 마시고 빨리 오시어 저희를 위로하여 주소서.”

얼마나 절박한 기도입니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불안과 상처로 주님의 위로와 평화가, 치유가 절실한 이때에

주님께서 오셨습니다.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고 평화를 주시고자 구세주 예수님

오늘 밤 여러분 마음의 구유 안에 탄생하셨습니다.

다음 이사야 예언이 그대로 실현되었습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사람들이 당신 앞에서 기뻐합니다.”

예수님 오심으로

추운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어둔 세상은 밝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탄생하신 예수님의 열(熱)이 마음의 추위를 녹여 따뜻하게 만들고,

탄생하신 예수님의 빛이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 빛으로 충만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탄생으로 살 맛 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예수님의 탄생이 없다면

무슨 기쁨, 무슨 맛으로

이 무의미하고 허무한 광야 인생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오늘 예수님 탄생의 의미를 세부분으로 나눠 묵상했습니다.

첫째,

예수님은 고대광실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구유 안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바로 이게 복음입니다.

하느님의 철저한 은폐요 겸손입니다.

아무도 귀하신 구세주 예수님께서

자리가 없어 구유에서 태어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입니다.

하느님은 완전히 우리의 허점을 찌릅니다.

예수님은

호화로운 곳에, 부유가 넘치는 곳에, 높은 곳에 태어나지 않으셨습니다.

바로 가난한 이들 마음 구유 안에,

불안과 절망에 두려워하는 우리 마음 구유 안에 태어나십니다.

생명과 빛으로, 사랑과 희망으로 태어나십니다.

탄생하신 예수님 찾아 멀리 갈 것 없습니다.

주변의 가난한 이들 안에,

내 가난한 마음자리 안에 탄생하신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어느 곳에서도 만나지 못합니다.

둘째,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맨 먼저 들은 이들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던 가난한 목자들이었습니다.

주님의 천사는 밤의 어둠 중에도 깨어

제 자리 삶에 충실했던 목자들에게 주님 탄생 소식을 전합니다.

예루살렘의 율법학자들이나 사제들,

또 고관대작들이 아닌 참 별 볼일 없는 비천한 신분의 가난한 목자들만이,

모두가 잠들어 있던 밤에 깨어있던 목자들만이

주님 탄생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혼이 잠들어 무디어져있으면

아무리 천사가 주님 탄생 소식을 전해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밤의 고독과 침묵에 깨어 있던 가난한 목자들만이

눈이 열려 탄생하신 주님 영광의 빛을 보았고,

귀가 열려 주님 천사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우리 또한 이 추운 밤, 가난한 목자들처럼 깨어

기쁜 마음으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셋째,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 영광이 되고 사람들에게는 평화가 되는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땅에서의 가난한 목자들에 화답하여

하늘에서는 무수한 천사들이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땅에서는 목자들이 하늘에서는 천사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합니다.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

바로 이게 성탄 복음의 메시지입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신원이자 믿는 이들의 신원입니다.

하느님께 영광이 되고 이웃들에 평화가 되는 삶이라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예나 이제나

주님의 영광을 찾는 사람들이요 주님의 평화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영광과 평화, 둘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처럼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이웃에게는 평화가 되어 살라고

예수성탄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가난한 마음 구유 안에 생명과 빛으로 태어나셨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은총이 이 거룩한 밤에 나타났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우리에게 무한한 기쁨을 선사하며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예수님 탄생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맛 나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오늘 밤 탄생하신 주님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늘의 천사들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