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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6일 수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26 조회수723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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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수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마태오 10장 17-22절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아버지의 영이시다.”

 

<1회전 KO패>

 

 

    복음이 널리 전파되고 그리스도교가 빠르게 확장되어가면서 사도들에게는 점점 더 많은 일들이 주어졌습니다. 그들이 했던 일들은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들의 연장이었습니다. 가는 곳 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면서 회개를 외쳤으며, 환자들을 치유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렸습니다. 가난하고 불쌍한 백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사도들의 하루 일과는 잘 나가는 연예인 못지않은 바쁜 스케줄로 꽉 차 있었습니다.

 

    사도들은 자연스럽게 복음 선포의 보조자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는데,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사람들 가운데 자질을 갖춘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눈여겨보았고 동역자로 발탁했습니다. 선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기준 3가지는 ‘신앙심이 깊고, 성령으로 충만하며, 또한 지혜로움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스테파노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가입한 스테파노는 예수님께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의 복음에 깊이 심취하고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스테파노는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젊음과 열정, 혈기왕성함을 온통 예수 그리스도의 추종, 제2의 예수 그리스도화하는데 사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스테파노는 그 어떤 사도 못지않은 열렬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으며, 사람들은 스테파노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도행전은 스테파노가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 그리고 탁월한 능력, 그리고 다른 무엇에 앞서 성령으로 충만한 인물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테파노는 사도들 못지않게 마치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켰습니다. 불치병자들을 치유하였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언변이 대단했던 스테파노는 논리정연하고도 당당하게 복음을 선포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테파노의 말씀과 행적에 감탄하며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였습니다.

 

    스테파노의 대단한 모습에 유다인들의 심기는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큰 위기감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대 ‘말빨’ 세기 따지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 스테파노와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스테파노와 논쟁을 벌였던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인들로부터 교묘한 변증법도 배워 익혔습니다. 율법학교에서 갈고 닦은 율법과 전통에 관한 지식도 대단했습니다. 그밖에 그들이 지니고 있었던 설교 기법, 대화법도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판정패도 아니고 1회전 KO패였습니다. 워낙 탁월한 언변을 갖춘 데다 지혜롭지, 성령께서 함께 하시지...사람들은 싸워보지도 못한 채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논리가 딸리는 사람들, 기초가 덜 된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억지요, 고집이요, 폭력입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들이 선택한 것은 불법이요 권모술수였습니다. 화가 단단히 난 그들은 사람들을 매수해서 유다지도층 인사들에게 가서 스테파노가 모세와 하느님을 모독했다며 거짓 증언을 하게 합니다. 그 결과 스테파노는 의회 법정 앞으로 끌려갑니다.

 

    이미 분위기는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과도 같은 각본으로 인해 스테파노의 목에는 꼼짝달싹하지 못할 죽음의 올가미가 걸린 것입니다. 잔인하고 무고한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스테파노는 직감했습니다.

 

    그러나 적대자들 앞에서 스테파노가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 당당했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그였지만 단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 유명하고 통쾌한 ‘유다 의회 앞 스테파노의 설교’를 시작합니다. 그의 설교는 차분하고 논리정연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베푸신 구원의 역사를 정확하게 상기시켰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원역사의 정점에 서 계심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우상숭배를 버리지 않는 사람들, 끝까지 하느님의 성령을 거역하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고발했습니다. 특히 법정에 둘러 서 있던 대사제와 의회 의원들, 당신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외쳤습니다.

 

    바로 당신들, 하는 스테파노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의회 의원들은 이를 갈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스테파노를 성 밖으로 끌고 가서 돌로 치기 시작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법정에서의 그 절박한 순간, 그리고 온 몸에 돌을 맞으며 죽어가던 순간에도 주님의 성령으로 가득 찼던 스테파노는 마음의 평정을 조금도 잃지 않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오늘 우리 앞으로도 논쟁을 벌이기 위해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그때 우리에게도 필요한 태도가 있습니다. 스테파노가 지니고 있었던 당당함입니다. 황당하고 어불성설인 그들의 논리에 맞서기 위한 논리정연 함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지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령 충만함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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