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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9일 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29 조회수551 추천수1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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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루카 2장 22-35절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가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유다교 전통 안에서 첫 번째 것에 대한 중요성이나 의미 부여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과일이나 농작물의 첫 번째 수확은 무조건 하느님께 먼저 바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각 가정에서 키우고 있던 가축들의 맏배 역시 하느님께 봉헌했습니다. 각 가정의 첫 아들 역시 하느님께 바치는 것은 당연지사였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첫 아들 예수를 하느님께 봉헌하려고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갔습니다. 이어서 가난한 서민들이 주로 바치곤 했던 비둘기 두 마리를 제물로 바치며 정결례를 거행하였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겸손이며 크신 자기 낮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만사를 주관하시고 우주를 지배하시는 만왕의 왕, 성전의 참주인, 정결례의 주관자이신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이시기에 정결례도 비둘기 두 마리도 전혀 필요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른 가난한 가정의 아기와 똑같이 모세의 율법에 순종하시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묵묵히 규정을 준수하십니다. 사람들은 이 세상의 구원자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신원과 진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보물 중의 보물을 발견할 줄 아는 눈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시메온은 남달랐습니다. 그는 이제 나이가 들어 세상 뜰 날이 얼마 남지 않는 노인이었는데, 루가 복음사가 표현에 따르면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은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성령께서 그의 내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에 시메온은 즉시 성전 안으로 들어오시는 아기 예수님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늘 깨어 기도하며 가까이 다가오시는 메시아를 향해 안테나가 고정되어 있었던 시메온이었기에 아기 예수님 안에 깃들어있던 신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님, 즉 구세주 하느님을 자신의 두 팔에 받아 안은 시메온의 마음은 얼마나 감개무량했겠습니까? 시메온은 감동과 감격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가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주님의 구원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시메온이었기에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하느님의 강생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였고, 그분으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받았으며, 그분께서 발하시는 생명의 빛이 자신을 감쌌기에 시메온은 일말의 아쉬움이나 두려움 없이 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예언자가 바로 시메온입니다. 그는 비록 늦었지만 참으로 하느님을 만났기에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구세주 하느님을 품에 안아보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기에 아무런 아쉬움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리도 평화로운 얼굴로 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과제 한 가지가 주어집니다. 적당히, 설렁설렁, 대충 대충이 아니라 참으로 하느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우리가 만져보는 일입니다. 우리 품 안에 안아보는 일입니다.

 

    진정으로 가난한 이웃을 섬겨보면 그 이웃 안에 하느님이 계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바보 같은 겸손으로 못마땅한 이웃을 큰마음으로 포용하는 순간 우리는 하느님을 만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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