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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분 생명의 멋진 활력을/신앙의 해[50]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03 조회수304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프랑스] 루르드 대성당 외부

개는 야생으로 돌아가면 들개가 된단다.
그러나 양은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야생으로 가라 해도 가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떠나지 못한다.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양은 죽어 버린다나.
그러기에 그런 양을 인간은 애정으로 보살핀다.
이런 양이기에 양은 목자를 언제나 따른다.

이스라엘은 양이 많은 나라이다.
따라서 성경에는 양 이야기가 참 많다.
이 어린 양도 그중의 하나이다.
어린 양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
목자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이처럼 순한 양을 유다인들은 과월절이 되면 잡는다.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파스카 축제 때 쓰기 위해서이다.
 

‘그때에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은, 내 뒤에 한 분이 오시는데,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하고 내가 전에 말한 분이시다.’(요한 1,29-30)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바로 그 ‘어린양’으로 부른다.
하느님만을 따르는 예수님이시다.
목자이신 아버지를 따르는 아들이다.
‘주님의 종’을 뜻하는 이 말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고통을 받다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이고,
다른 것은 우리에게 생명에 활력을 주는 모양이다.
그가 말하는 이 ‘양’은 이 두 모습을 다 갖춘 것이리라.

사실 믿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셨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커다란 걸림돌이다.
따라서 이 주님의 종은 사람들의 죄 때문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예수님의 운명이 이렇게 모든 게 끝났다면 우리들은 하느님의 선하심을 믿을 수 없었을 게다.
그러나 그분의 부활로 하느님의 선하심이 이 세상에 드러났다.
또한 그분께서는 예수님의 부활로 궁극적으로는 사랑이 악을 이기는 힘임을 보여 주셨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
‘성령이 내려와 어떤 분 위에 머무르는 것을 네가 볼 터인데,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요한 1,33-34)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면서 그분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체험한 세례자 요한은
그분의 신상에 대한 증언을 하는 동시에 또한 자신의 것 두 가지를 포기한다.
첫 번째는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예수님에 대해 증언함으로 이제는 자신이 아니라 예수님을 추종하도록 권고한다. 
 

두 번째는 하느님의 소명으로 베풀던 세례이다.
자신의 세례는 단지 물로 주는 거지만,
예수님의 세례는 성령으로 베푸시는 거라면서
이제는 바로 성령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처럼 그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이 두 가지를 부담 없는 마음으로 기쁘게 포기했다.

예비자 교리에 들쑥날쑥 게으름을 피우며 가끔은 엉뚱한 질문까지 하던 사람이
세례를 받은 뒤 신앙생활에 매우 열심한 경우가 종종 있다.
세속의 삶에 매달리면서 몸에 밴 물질의 욕망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하느님의 자녀로 그분 말씀에만 충실했으리라.
성령의 세례를 통해 아버지께 큰 사랑을 받은 자녀임을 상기시키며
이에 맞갖은 삶을 피력하며 봉사와 헌신으로만 삶을 누렸으리라.
옳은 일에 정성을 다하고,
그리스도에 대한 희망으로 자신을 정직하게 가꾸는 믿음의 생활에만 충실하면서.
 

신앙의 해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예수님을 구세주라고 고백하며 무엇을 포기했을까?
자기중심의 삶에서 예수님 중심의 삶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세례자 요한처럼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그 어떤 것을 포기하는 것임에랴.
 

버림은 또 다른 그 무언가가 채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한다.
그리하여 그 텅 빈 곳에 헌 해를 보내면서 다짐한 새해의 것을 채우자.
그리고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이제 또다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온 세상에 그분 영광 드러냄의 굵직한 삶을 다짐하며 살자.
꼼꼼히 되새겨 볼 새해의 작심삼일 째다.
이 비움을 통해 채운 것으로 그분 생명의 멋진 활력을 불어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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