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 기획] 화장에 관한 교회 가르침, 묻고 답하다 - 의정부 신곡2동성당 ‘하늘의 문’ 납골당.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전통적으로 매장을 선호하던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들어서부터 화장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 화장률은 84.6%였다. 19.1%에 불과했던 1993년도 화장률에 비해 약 4.4배 증가한 수치다. 교회의 장례문화도 비슷한 추세다. 교회도 전통적으로 매장을 장려해왔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화장도 허용하고 있다. 위령 성월을 맞아 2016년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장례에 관한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와 주교회의 사목자료 ‘산골에 관한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장례, 특히 화장과 유골 보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알아본다. Q.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장례를 치러야 하나요? A.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스도인은 죽음 너머의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고 준비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매장을 장려한다. 하지만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그리스도교의 근본 신앙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화장도 허락한다. 왜냐하면 죽은 이의 육신을 화장하는 것은 그의 영혼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하느님께서 죽은 이의 육신을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리시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장 자체는 영혼의 불멸과 육신의 부활에 관한 교리에 객관적으로 어긋나지 않는다. 매장 장소로는 죽은 이들의 육신을 소중히 다룰 수 있는 성스러운 장소, 특히 교회나 묘지에 모실 것을 장려하고 있다. 매장은 물론이고 화장의 경우에도 죽은 이가 마지막에 머무르는 장소에는 꼭 비석이나 이름표를 비치해 죽은 이가 누구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죽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은, 죽은 이나 산 이나 세례 받은 모든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한다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표현하는 것이다. Q. 교회가 산골을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우리의 부활 신앙은 죽음으로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되지만 부활 때에 하느님께서 우리의 육신에 썩지 않는 생명을 주시며, 이 육신은 우리의 영혼과 다시 결합하여 변모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따라서 부활할 육신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산골을 금지한다. 그리스도교 장례는 부활에 대한 교회의 믿음을 확인시키고, 인간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인 인간 육신에 대한 존엄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에 교회는 “죽음에 관한 잘못된 생각, 곧 죽음을 인간의 완전한 소멸, 자연이나 우주와 융합되는 순간, 윤회의 한 단계, 육체의 감옥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으로 여기는 그릇된 사상들과 관련된 태도를 용납하거나 그러한 예식을 허용할 수 없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3항)라고 강조하고 있다. 산골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적인 통념에 따라 이미 산골을 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실행한 산골은 무지와 착오에 따른 것일 뿐 자신의 양심을 거슬러 자유 의지로 행한 잘못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그런 경우 산골을 후회하며 고인을 기억하기를 원한다면, 기일에 고인을 위한 지향으로 위령 미사(연미사)를 봉헌하고 위령 기도(연도)를 드리면 된다. Q. 유골을 뿌리거나(산골) 집에 보관해도 되나요? A. 교회는 유골을 허공이나 땅이나 바다 등의 장소에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6항 참조) 교회는 “합법적 이유로 시신의 화장을 선택한 경우, 세상을 떠난 신자의 유골은 거룩한 장소, 곧 묘지, 또는 어떤 경우에 교회나 이를 목적으로 마련되어 교회의 관할 권위가 지정한 장소에 보존되어야 한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5항)면서, 화장한 뒤에 남은 유골을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일은 그리스도교 교리에 반대되는 것으로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죽은 이가 생전에 교회의 뜻에 반해 유해를 ‘산골’하도록 유언을 했다면, 교회법에 따라 장례 미사가 거부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8항 참조) 죽은 이의 유골을 거룩한 장소에 보존하는 일은 유가족이나 교회 공동체의 기도와 추모, 유골에 대한 존중과 부적절하거나 미신적인 관습의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5항 참조) 따라서 교회는 세상을 떠난 신자를 화장한 뒤 유골을 뿌리거나 기념물이나 장신구, 또는 다른 물건에 넣어 보관하는 행위, 유가족들이 유골을 나누어 가지는 행위를 금한다. Q. 요즘 수목장(樹木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수목장은 해도 되나요? A. 자연장(수목장 포함)은 거룩한 장소인 묘지 공간에 마련된 수목, 화초, 잔디 등에 화장한 유골을 함에 담아 묻고 추모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고인의 이름이 적힌 비석이나 표식을 세우는 것이다. 교회는 이러한 자연장이 그리스도교 부활 신앙에 반대되는 이유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면 허용하고 있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6항 참조) 하지만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행위는 산골로 여겨 허용하지 않는다. 주교회의는 수목장이 명시적으로 신앙교리성 훈령이 금지하는 것, 곧 “세상을 떠난 신자의 유골을 공중이나 땅이나 바다 또는 다른 어떤 장소에 뿌리는 행위”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목장은 사람이 죽은 뒤 화장한 유골을 지정된 수목의 밑이나 뿌리 주위에 묻는 것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매장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수목장이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관점에서 범신론이나 자연주의 사상의 표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목장의 경우 묘지 안에서 매장이 이루어지고, 나무에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이 분명히 표시되어 추모의 상징적 장소로서 규정된다면, 그리고 육신의 부활이라는 그리스도교 신앙 교리가 분명히 인식되고 고백된다면, 그 자체가 그리스도교 신앙 교리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매장이 아닌 산골 형태로 이루어지는 수목장은 그리스도교 장례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톨릭신문, 2019년 11월 3일, 최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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