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적순례여정의 삶 - 2013.1.6 주님 공현 대축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06 조회수336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3.1.6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60,1-6 에페3,2.3ㄴ.5-6 마태2,1-12

 

 

 

 

 



내적순례여정의 삶

 

 

 


오늘은 새해 첫 번째 맞는 주일이자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또 한 해 새로 시작되는 우리 순례여정의 삶에

오늘 복음은 좋은 가르침을 줍니다.


베들레헴은 저 멀리 이스라엘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오늘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하느님의 집인 요셉수도원 또한 베들레헴입니다.

 


아침 일찍 요셉수도원에 순례하여

동방박사들과 함께 탄생하신 주님께 예물을 바치며 경배하는

거룩한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시간입니다.

 


동방박사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바쳤는데

여러분은 무슨 예물을 준비하셨는지요.


우리가 바칠 참 좋은 예물은 우리의 주님 향한 믿음, 희망, 사랑입니다.

적든 많든 내 힘껏 위의 예물을 바칠 때

주님은 더 큰 믿음, 희망, 사랑의 선물로 되돌려 주십니다.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지난 성탄 밤 미사 강론에서 세계 전 신자들에게

‘삶의 속도를 늦추고 하느님을 기억하라’ 호소하셨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자기 것으로 가득 차 있어,

그 마음 안에 하느님께 내어드릴 공간이 없다.’고 개탄하셨습니다.

 


한국일보(2013.1.3 30면) 지평선난 ‘기도에 대한 생각’이란 제하의 칼럼 중

마지막 대목도 생각납니다.

 

-어머니는 늘 기도하는 분이셨다.

옛날 시골집 장독대에 정한수 떠놓고 올렸던 당신의 새벽정성은

요즘도 이어진단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던

교황의 지난 크리스마스 미사 메시지가 예리하게 가슴을 스쳤다.

허접스런 인생이지만 새해엔 가끔 기도 같은 것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비단 저희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믿는 이든 믿지 않는 이든,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살기위하여, 존엄한 품위의 사람으로 살기위하여 우선적 일이

하느님을 찾는 일이요 이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은 하느님을 찾는 모든 구도자들의 모범이요

이들을 중심으로 내적순례여정의 삶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하느님’은 우리 내적순례여정의 목적지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퍼뜩 떠오른 것은

예전 산티야고를 순례했던 어느 수도형제의 경험담이었습니다.


그때 들으면서 저는 세 요소를 생각했습니다.

하느님, 이정표, 도반입니다.

 


최종 목적지 산티야고가 상징하는바 하느님이요,

역시 오늘 동방박사들의 최종 목적지 베들레헴이 상징하는바 하느님입니다.


위의 두 외적순례여정이 상징하는바 똑같이 내적순례여정입니다.

 

예수님 계신 베들레헴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하느님은 가장 가까이 계시면서 가장 멀리 있는 분이십니다.

밖의 넓이에서 만나는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깊이에서 만나는 하느님입니다.

 


바로 늘 그 자리에서 정주의 삶을 살면서

내적순례여정의 깊이에서 늘 새롭게 하느님을 만나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그러니 하느님 없는 삶은 목적지 없는 삶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곧 안주의 늪 속에서, 무기력한 삶의 울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평생 목적지입니다.

 

하여 교황님은

우리 모두 바쁜 일상 중에도 하느님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 하십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하느님 목적지를 잊고 방황하며 혼란 중에 살아가는 지요.

삶이 무의미하고 허무한 것은,

혼란하고 복잡한 것은,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하느님 목적지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목적지 없이 열심히 산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하느님은 우리의 목적지이자 방향이요 중심이자 삶의 의미입니다.

하느님을 잊으면 목표도 방향도 중심도 삶의 의미도 실종되어

말 그대로 내적 멘붕의 혼돈입니다.

 


이런 면에서

동방박사들은 시종여일 하느님 목적지를 향했던 구도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항구하게 하느님을 찾을 때

하느님은 친히 가이드가 되어 주시니 다음 대목이 이를 입증합니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갔다.’

 


하느님은 꿈속에서까지 동방박사들의 가이드가 되어 주시는데

어찌 헤로데가 하느님을 배경한 동방박사들을 해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은 친히

당신을 찾는 내적순례여정 중의 구도자들의 가이드가 되어 주시니

그 누구도 이들을 다치지 못합니다.

 

 

 

 

 



둘째, 내적순례여정 중에도 ‘이정표’는 필수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내적순례여정 중에는 내비게이션이 없습니다.

이정표를 봐야 합니다.

이정표 없이는 길을 잃어버리듯

하느님을 찾아가는 데도 이정표는 필수입니다.

 


산티야고 순례여정에 올랐던 수도형제도 순례여정 중에

‘산티야고’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반갑고 새로운 힘이 났다합니다.


사실 길을 찾아 헤매다가

이정표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또한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동방박사들을 베들레헴 목적지까지 무사히 인도한

살아있는 이정표가 있었으니 바로 주님의 별이었습니다.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바로 동방박사들의 고백입니다.


여러분을 인도하는 살아있는 이정표는, 주님의 별은 무엇입니까?

 


그 많은 사람들 중 주님의 별의 이정표를 보고 베들레헴을 찾았던 이들은

동방박사들뿐이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가까이 예루살렘에 있던 이들은

영혼이 잠들어 있었기에 아무도 주님의 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하느님을 찾지 않으면 이정표의 필요성도 못 느낄 것입니다.

삶의 이정표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눈 만 열리면 주변의 모두가 하느님의 이정표요 성사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을 가리키는 이정표입니다.


눈에 보이는

수도원이, 성당이, 매일 규칙적으로 시간마다 배정된 미사와 성무일도 시간이

주님의 별이자 이정표입니다.

 


이런 이정표를 따를 때 길 잃어버리지 않고

내적순례여정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하여 많은 이들이 잃어버린 길을 찾으려 주님의 별이자 늘 그 자리,

주님의 이정표인 수도원을 찾아옵니다.


참 좋은 주님의 별이자 주님의 이정표는 교회요 수도원입니다.

주님의 별이 되어 주님의 이정표 역할에 충실 하는 것,

바로 이게 교회는 물론 수도원의 존재이유입니다.


주님은 이사야를 통해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

  …그때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예루살렘이 상징하는 바

주님의 빛나는 별이 된 교회요 수도원이요 우리 모두들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

주님의 빛이 우리 교회를, 수도원을, 우리 모두를 비춥니다.


그러니 주님의 별 되어 일어나 비추십시오.

주님의 빛을 발하는 우리 역시 참 좋은 주님의 이정표입니다.

 

 

 

 

 



셋째, 혼자가 아닌 ‘도반’과 함께하는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가 새롭게 발견한 것은 도반의 중요성입니다.

혼자가 아닌 세 명의 동방박사들이었습니다.

 

과연 혼자였다면

그 먼 동방에서 베들레헴까지 순례여정 완주할 수 있었겠는 지요.

거의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산티야고 순례 길에 올랐던 수도형제가 강조했던 것도

함께 했던 도반들에 대한 고마움이었습니다.

800km, 2천리 길,

한 달간의 산티야고 순례길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고백이었습니다.

 

국적이, 말이 달라도 하느님을 찾는 순수한 마음이 일치되어

불통의 어려움 없이 함께 도반 되어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순수한 마음 있어 그대로 원활한 소통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동방박사들의 여정도

산티야고에 못지않은 험난한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한 달, 몇 년의 순례여정도 아닌

평생 내적순례여정 중의 우리들에게 도반은 얼마나 필요하겠는지요.

 


평생 수도원에서 정주하는 여기 수도승들,

여럿이 도반이 되어 살기에 계속할 수 있는 수도생활입니다.

 


진정 함께 믿는 자라면 모두가 도반입니다.

우리 모두 도반 되어 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주님을 바오로를 통해 함께하는 도반들에게 신비를 환히 계시해주십니다.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당신을 찾는 도반들의 교회공동체에게

당신 안에서 공동상속자가 되고 약속의 공동수혜자가 되는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에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내적순례여정의 핵심 원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내적순례여정의 목적지인

하느님을,

하느님의 이정표를,

하느님을 찾는 도반들을 꼭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동방박사들과 함께 엎드려 주님께 경배하며

우리의 믿음, 희망, 사랑의 예물을 봉헌하는 복된 시간입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