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7 주님 공현 후 월요일 1요한3,22-4,6 마태4,12-17.23-25

회개의 여정

(말씀-회개-치유-하늘나라)

오늘은 ‘회개’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공현 후 첫 날 월요일답게 복음의 배치가 참 적절합니다.

요한이 잡혔다는 말을 들으시고

본격적으로 공적 활동에 나서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출전하는 전사처럼 비장감까지 느끼게 합니다.

예수님의 공적활동의 개시로 이사야 예언이 그대로 실현됩니다.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주님께 대한 묘사가 참 아름답고 고무적입니다.

예나 이제나

어둠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사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어둠 속에서 벗어나 이런 빛이신 주님께로 나아가는 게 회개입니다.

이어 빛이신 주님은 회개를 선포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은 이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예나 이제나 여전히 박진감있게 우리의 혼을 울리는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모든 신앙생활의 기초입니다.

주님 앞에서 자기를 들여다보라는 게 회개입니다.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 참 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회개입니다.

어둠에서 빛이신 주님께,

절망에서 희망이신 주님께,

죽음에서 생명이신 주님께 나아가는 것이 회개입니다.

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회개입니다.

회개를 통해 주님께 가까이 이르고 주님을 닮아갑니다.

하여 회개는 평생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백성 가운데서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셨다.’

주님의 가르침과 하늘나라의 복음 선포에 이어

회개가 뒤따랐을 것이고 치유이니 그대로 하늘나라의 실현입니다.

말씀-회개-치유-하늘나라가 일련의 연쇄고리를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미사를 통한 주님의 말씀은 우리의 회개를 촉발시키고

뒤이은 치유에 하늘나라를 맛보는 미사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기도와 노동, 성독이 균형 잡힌 수도원의 일과표는 그대로

회개의 시스템, 치유의 시스템, 하늘나라의 시스템이라 불릴 만합니다.

이단이나 악이 스며들 여지가 없습니다.

이런 시스템에 충실할 때 1독서 요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우리 안에 머무르십니다.’라는

상호내주의 은총을 체험할 것입니다.

저절로 ‘우리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입니다.’라는 고백도 나올 것입니다.

요즘 노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아름다운 노년, 아름다운 죽음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바로 끊임없는 회개가 답입니다.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 때

그 회개의 열매가 아름다운 노년, 아름다운 죽음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노년을 그린 ‘어느 노인의 시’를 소개합니다.

김수환 추기경께서 독일말로 된 시를 번역했다 합니다.

-이 세상에서 최상의 일은 무엇일까?

기쁜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일하고 싶지만 쉬고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고

실망스러워질 때 희망을 지니며

공손히 마음 편히 십자가를 지자.

젊은이가 힘차게 하느님의 길을 가는 것을 보아도 시기하지 않고

남을 위하여 일하기보다

겸손하게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며

쇠약하여 이제 남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어도

온유하고 친절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늙음의 무거운 짐은 하느님의 선물

오랜 세월 때 묻은 마음을 이로써 마지막으로 닦는다.

참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자기를 이승에 잡아 두는 끈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이리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자.

하느님은 마지막으로 제일 좋은 것을 남겨 두신다.

그것은 기도이다.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합장만은 끝까지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하느님의 은총을 빌기 위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임종의 머리맡에 하느님의 은총을 빌기 위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임종의 머리맡에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오너라, 나의 벗아. 나 너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주님은 매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들에게 치유의 은혜와 더불어 하늘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