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탈리아] 베네치아 곤돌라를 타고

오천 명이 넘는 이가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허기를 채운다.
있을 수 없는 일로 동화에나 나옴 직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
그러기에 복음서에 하나같이 모두 등장한다.
기적의 이 음식을 먹은 제자들이 너무 놀랐던 것일까?
도대체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예수님의 능력에 있다.
그분께서는 보잘것없는 음식으로도
수천 명을 먹이실 수 있는 분이시라는 걸 알리려는 데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셨다.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주셨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빵을 먹은 사람은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다.’(마르 41-44) 

이 요지는 이렇다.
줄거리는 바닷가 한적한 늦은 저녁나절에서 시작된다.
남자 또는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수만 명이 모였을 거다.
장소는 풀밭이 깔린 너른 공터인 모양이다.
배도 조촐한 때라 먹을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가진 것이라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였다니 걱정도 도가 지나쳐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으리라.
이 상황에 예수님은 오십 또는 백여 명씩 각자 무리를 지어 자리를 잡게 하셨다.
그리고는 예수님의 기적으로
그곳에 모인 모든 이가 고작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나누고 쪼개고 하여 배를 불리고도 남은 부스러기가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단다. 

이게 오병이어(五餠二魚;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 관련된 기적의 내용 스토리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 많은 이가 배를 불려 먹었을까?
그분의 기적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다들 고개만 젓는다.
다만 기적이라고만 한다.
기적 그 자체를 알려고 하는 것 아니 아는 것 자체가 기적일 게다.
그러니 기적 같은 그 기적을 굳이 알려 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만 대략 그 추측은 할 수밖에.  

기적의 시작은 그곳에 함께 한 이가 오십 또는 백으로 떼를 지어 자리를 잡았다는 데 있다.
자리를 함께했다는 것은 알음알음 아는 이들을 중심으로 자리를 펼쳤을 게고,
그러다 보니 자연 아는 이들의 모임인 공동체 중심이 되었으리라.
따라서 자연 인솔자 내지는 책임자가 나섰고 각자 가진 것을 죄다 풀었을 거다.
예수님을 만나고자 모인 이들은
나름대로 먹을 것 입을 것 등은 최소한도로 각자가 준비는 했을 것이니까.
이러니 그들끼리 서로서로 가진 걸 다 내놓고 나눠가면서 먹었을 수밖에.
예수님의 설교를 귀 쫑긋하고 들으면서 그분 말씀에 경탄하면서 말이다.
이게 어쩜 그곳의 기적이 아니랴.  

자기 것인 양 움켜진 것을 스스로 내놓도록 하는 비움의 기적,
그 비움으로 또 다른 그 무언가가 가득 차는 게 삶의 기적이리라.
오늘날에도 배고픈 이는 여전히 많다.
영적으로 굶주린 이는 사실 더 많다.
사는 것이 우울하고 불안한 이들이다.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에게 맡겨라. 너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는 배고픈 어른 한 사람에게도 시원찮을 것이리라.
그렇지만 주님께서는 그 음식으로 수만이나 되는 수많은 이들을 그렇게 감동을 줬다.

비단 빵과 물고기라지만 먹음직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바짝 마른 간식이기도 하다.
배고픈 어른 한 사람이 먹어도 ‘시원찮은’ 분량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손을 거치니까’ 기적의 음식이 되었다.
우리 역시 혼자만 갖고 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주신 것으로 여기면 ‘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
시련이든 축복이든 마찬가지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분께서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면 기적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우리는 어떠한가?
어려움이 닥치면 무엇을 먼저 걱정하는지?
그분의 오병이어 기적은 동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청하고 기다리면 주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루어 주신다는 가르침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주님께만 봉헌한다면,
그분께서는 영적 힘으로 변화시켜 돌려주신다.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작은 것이라도 그분께 봉헌해야 한다.
주님께 봉헌한다는 것은 우리가 잠시 보관한 의당 그분의 것을
돌려드리는 것으로 여기면 기쁨이 우러날 것이다.  

세상의 기적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기적은 ‘옹졸하고 고집 센’ 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리라.
오늘의 기적 사건을 마치 하늘에서 빵과 물고기가 펑펑 쏟아진 마술처럼 이해한다면,
그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옛이야기에 불과하다.
이 기적은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을 체험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난 놀라운 나눔이다.

세상에 빵이 부족해서
지구 저편 사람들과 북쪽의 친척 형제가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제자들처럼 이 핑계 저 핑계로 나눔을 주저하는 우리의 ‘굳게 닫힌 마음’ 때문일 게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가
예수님의 이 사랑 나눔의 마음을 알아차린다면 그 기적은 오늘도 계속될 수 있으리라.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예수님의 사랑 나눔으로 비움이 된 게
되레 모든 이의 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