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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이시거든 저더러/신앙의 해[5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09 조회수356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이탈리아] 베네치아 풍경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예수님은 산 위에 그대로 계셨다.
제자들이 탄 배는 이미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큰 맞바람이 불어 물결이 높게 일어 잠을 설치는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라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 댔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어부 출신인 그는 얼마 전의 일인 예수님과 함께 뱃길 여행 중에
그분께서 성난 풍랑을 잠재워 준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 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라!’라며
그 죽을 지경의 위험에 처한 그들을 살려 준 사실을.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라고 베드로는
물결이 높게 일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는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여쭈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의심을 한다.
그리고 그분을 시험하기도 한다.
주님이 계신다면 이것만은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가끔은 기적도 보여 달라고 한다.
 

우리는 수도 없는 주님의 기적을 누리면서 산다.
이 이른 아침 여명의 새벽을 보는 것도 그분의 깨움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평범한 삶 속에 그분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더 큰 가시적인 그 무엇을 주시든지 보여 달라고 기를 쓴다.
그분의 은총과 손길로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이 일상적인 큰 기적을 모르고
단지 기적도 아닌 기적 같은 것을 보이라며 생트집 잡는다. 
 

영생을 향해 살아가는 이 위대한 기적을 우리는 간과한다.
그래서 그분을 향해 가끔은 시험을 하는 것이다.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보이게 보여 주십시오.’
‘주님이시거든 한번 해 봐 주십시오.’
지금 이렇게 나의 위치를 있게 해 주는 게 그분의 은총 없인 불가능인 줄 잘 알면서도.
 

사실 베드로는 그 어둠의 밤을 맞바람과 싸우면서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더는 호수를 건널 수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고
주님과 함께라면 이 어려운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도 하였을 거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께 요청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베드로는 그분이 주님임을 직감하였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오너라.”라고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동료에게 각인시켜 주기 위해서
그는 스스로 시범의 길로 물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라며 꾸짖으셨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그러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분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모르긴 몰라도 베드로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었다.
그렇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 그도 인간적인 모습을 벗어날 수 없었다.
회개와 용서를 구해 가면서 그는 예수님의 수제자로 자리를 굳혀 가고 있었지만,
그 거센 바람에는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라고.
 

하느님은 우리가 도움을 청하면 언제라도 손을 내민다.
아니 청하기도 전에 그분은 우리를 지켜 주신다.
우리는 의심을 버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보람된 삶을 누려야 한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분이 함께해 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한 길 앞도 나갈 수 없다. 
 

지금도 여러 맞바람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여러 맞바람이 일 때마다 그분은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그분은 우리 손을 잡으시면서, ‘의심을 버리고 나를 믿어라.
어느 곳이라도 나는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라면서 우리를 안으신다.

의심을 버리고 그분을 믿으면서 그분이 주신 순풍의 돛을 올리자.
그분은 물 위를 따라 걸으시면서 우리를 언제나 지켜 주신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주님이시거든 저더러’라는 의심을 버리자.
이 폭풍이 끝나면 그분은 맑은 햇살이 되어 희망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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