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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2일 *주님 공현 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12 조회수548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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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주님 공현 후 토요일 - 요한3,22-30



 

“신랑 친구는 신랑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슬픈 사연이 깃든 성모상>

 

 

    지난 연말 파리외방선교회 본부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건물 뒤쪽으로 확 트인 큰 정원이 있었는데, 그 한쪽 구석에 정말이지 슬픈 사연이 깃든 성모상과 슬픈 길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천주교 박해가 한창이던 시절, 조선 선교사 파견이란 말은 곧 100% 죽음과 동일한 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디젊은 파리외방선교회 선교사들께서 조선 파견을 지원했습니다.

 

    파리외방선교회 본부 성당에서 파견미사가 끝나면 파견될 선교사들은 마지막으로 정원 구석에 서 있는 성모상 앞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성모님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가면 길 양쪽으로 부모님들, 친척들, 친구들, 동네사람들이 줄지어 서 순교의 길을 떠나는 선교사와 이승에서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누곤 했답니다.

 

    꽃다운 청춘의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오늘 제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분들의 짧은 생애에서 예수님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한다고 외친 세례자 요한의 향기를 진하게 맡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선교사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실인지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성 분류에 따르면 아직도 선교지에 해당되는 한국 천주교회이지만 수많은 한국 출신 선교사들이 세상 끝까지 나아가 열심히 복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국가로 파견된 지 어언 사반세기가 넘은 수녀님이 한분 계십니다. ‘선교 정신’ ‘선교 영성’이 얼마나 제대로인지 제가 참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선교가 무엇인가?’ 생각했을 때, 물론 선교지 백성들이 처한 열악한 현세적 삶을 개선시키기 위한 물질적 투자도 아주 중요한 측면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측면은 영적인 것이며, 신앙적인 것이며, 그들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인간 세상에 육화강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한 선교사는 선교지에 육화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저하게 그곳 백성들과 동화되고 그 문화에 토착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입니다.

 

    수녀님에게 물질적 투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 곁에 묵묵히 계셔주는 것으로 만족하셨습니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나누며 동고동락하는 것, 그들의 일원이 되고 그들이 가족이 되어 주는 것만이 수녀님의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선교지의 비참한 실상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일언반구 한번 하지 않으셨습니다. 꼭 좀 도와달라고 외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들을 끝까지 떠나지 않고 한결 같이 함께 계셨습니다.

 

    수도자로서 한국에서 수도공동체의 한 회원으로서 열심히 사셨듯이 그곳에 설립된 수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청빈하게, 그리고 그곳 장상에게 순명하며 그렇게 아름다운 선교사로의 삶을 살아가셨습니다.

 

    처음에는 5~6년에 한번, 최근에야 3~4년에 한번 본국휴가차 한국에 들르실 때도 참 선교사로서의 태도는 한결같았습니다.

 

    모금활동에 열을 올리지도 않았습니다. 여기 저기 여행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지난 선교지에서의 생활이 소홀함은 없었는지, 수도자로서의 삶이 뒤틀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피정에 전념하셨습니다. 침묵 속에 재충전하시며 선교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맑은 눈망울의 형제자매들을 한명 한 명 떠올리며 기도에 전념하셨습니다.

 

    선교지의 구체적인 현실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도 물질적 공세만을 최고로 여기는 선교방식을 깊이 돌아보게 하는 선교사 수녀님입니다.

 

    선교사로서의 행한 사목적 봉사가 이 세상에서부터 다 알려지고 거듭 칭찬받고 박수 받는 다면, 받을 상 안 받을 상 다 받게 된다면 천상에서 하느님으로부터 받을 상이 어디 남아있기나 하겠습니까?

 

    그 오랜 세월 최선을 다해 지구 반대편 열악한 오지에서 봉사하고 헌신하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노라고 수녀님은 말씀하십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일을 했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라며 철저하게도 예수 그리스도 뒤로 숨는 수녀님의 겸손한 모습에서 참 선교사가 누구인지를 알게 합니다.

 

    그 오랜 세월 정말이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겪으셨을 텐데도 조금도 내색하지 않는 수녀님의 모습 속에 자신의 삶 속에 예수님은 점점 커지시고, 자신은 점점 작아져만 갔던 세례자 요한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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