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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즉시 버리고 곧바로 따르도록/신앙의 해[5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14 조회수352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이탈리아] 라 베르나 대성당 외부

연중 시기는 ‘주님 세례 축일’ 다음 날부터 시작된다.
그러다가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 시기까지 연중 시기가 중단되었다가,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날부터 다시 이어져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끝이 난다.
이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직접 관련된 다른 시기처럼 특정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면서 하느님과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로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예수님의 공생활과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경축한다.
 

연중 시기의 첫날인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신다.
특별히 오늘 우리는 주님의 음성을 듣도록 노력해야한다.
예수님께서는 마음먹으신 일을 실행에 옮기고자 함께 일할 제자들을 부르신다.
시몬 형제와 야고보 형제이다.
길을 가시다가 우연히 부르신 것이 아닐 게다.
이전부터 만남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분을 따르는 청중 속의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부르심을 받자마자 그들은 ‘즉시’ 그물을 버리고 따랐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 그물을 던지고 있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셨다.
그들은 어부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예수님께서 조금 더 가시다가,
배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보시고,
곧바로 그들을 부르셨다.
그러자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그분을 따라나섰다(마르 1,16-20).’
 

‘즉시’에 버금가는 ‘곧바로’라는 말이 있다.
예수님께서 시몬과 안드레아를 부르실 때 그들은 ‘곧바로’ 응답한다.
야고보와 요한을 부르실 때에도 이 둘 역시 ‘곧바로’ 그물을 버린다.

사실 이 말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떠냐?
혹시 ‘다음에 하자, 내일 하자, 여건이 되면 하자’라며 미루는 일이 많지 않은지?
예수님께서는 순간순간 우리를 부르신다.
이 부르심에 ‘곧바로’ 응답하지 못한 채 미적거리는 동안,
그 부르심에 담긴 소중한 선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한 형제를 부르시는 대목은 더더욱 놀랍기도 하다.
예수님께서 부르시자,
그들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따라나섰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하다가 ‘옷 입은 그대로’ 예수님을 따라갔다는 뜻이다.
정말 그랬을까?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만사 내팽개치고 떠난 것일까?

그건 아닐 게다.
주님의 첫 제자들이 그런 식으로 스승님을 따랐을 리 없을 것이다.
그들은 고뇌했고, 수없이 망설였으리라.
‘갈 것인가, 가지 말아야 할 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했음에랴.
하지만 그 모든 갈등은 생략되어 입에도 벙긋하지 않았다.


주님을 따르려면 ‘즉시 아니 곧바로’ 응답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수용과 따름은 ‘빠르면 빠를수록,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더욱 진리에 걸 맞는다.
우리는 그분을 따르면서 너무 많은 것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뒤돌아봐야 한다.
 

만남은 신비이다.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던 사람이 어느 날 혼인한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을 게다.
평범한 모임에서 선뜻 ‘눈이 단번에 확 돌아가는’ 사람을 만났단다.
지금도 두 사람은 행복한 부부로 살아간다.


이렇게 인연은 부르심이 있다.
당기는 게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모든 인연을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여긴다면
어디 단 하나라도 소홀히 대할 수가 없을 게다.
불교에서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으로 여기라 한다.
그만큼 만남을 소중히 하라는 가르침이다.
하찮은 만남도 정성으로 대하면 은혜로운 만남이 될 것임을 반드시 체험할 게다.

갈릴래아 그 호숫가의 어부 네 사람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즉시 따라 나섰다.
단 한 마디 물음도 없이,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않고서.
하지만 그들이라고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닐 게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변명 따위는 없다.
그분의 부르심에는 “예!”하고 답해야 한다는 게 그 가르침일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새로운 삶으로 뛰어들었다.
누구라도 ‘주어진 인연’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새로운 삶을 만나게 될게다. 
 

신앙의 해를 맞는 새해에 처음인 연중 시기의 첫날이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신다.
이 부름에 우리는 간단한 마음으로 그분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
그 옛날 그 호수의 배사람 마냥 배와 그물마저 버리는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
더더구나 부모자식마저 담쌓는 그 결단은 결코 아닌 게 아니냐.
믿기만 하면 모든 걸 주신다는 그 부름에 언제나 즉시 버리고 곧바로 달려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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