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6 연중 제1주간 수요일 히브2,14-18 마르1,29-39

야전군(野戰軍)사령관

-예수님-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이 흡사 야전군 사령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적전투 치열한 삶의 전쟁터의 영적 야전군 사령관입니다.

한 주간 이상 본원에서 후배 수도형제들을 피정 지도 한 후

요셉수도원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 야전군 생활이 시작되었구나. 다시 시작된 영적전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휴가를 끝내고 전선(戰線)에 투입된 병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삶은 영적전쟁터이자 사막입니다.

사막은 어디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깊이 들여다보면

함께 살아도 세상도, 가정도, 수도원도 사막입니다.

며칠 전 텅 빈 것 같은 큰 건물의 본원을 보는 순간,

‘아, 수도원은 사막이구나.

함께 해도 결국은 사막의 은수자 같은 수도승이구나.’하는 생각도

깨달음처럼 스쳤습니다.

함께 해도 내면 깊이에서는 누구나 영적전쟁 치열하게 치러내야 하는

사막의 수도승들입니다.

사막의 수도승들에게 고독은 자연스럽게 따르고,

하여 ‘살기위해’ 기도는 필수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그 모범입니다.

참으로 분주하게 영적전쟁을 승리로 이끄시는

탁월한 야전군 사령관 예수님이십니다.

구원의 출구가 막혀, 보이지 않아

어둠과 절망 중에 길 잃어 방황하는 이들에게

치유와 더불어 구원의 출구를 열어주십니다.

이런 복음의 예수님의 활약상과 죽고 부활하심을 깊이 묵상한 결과의

깨달음이 바로 히브리서의 고백입니다.

“그것은 죽음의 권능을 쥐고 있는 자

  곧 악마를 당신의 죽음으로 파멸시키시고,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어 있는 이들을 풀어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의 약함에 정통하신 우리의 야전군 사령관이신 주님은

오늘도 똑같이 세상 한 복판에서 영적전투 중인 당신 형제들인 우리를

도우십니다.

악
마를 파멸시키시고

죽음의 공포 때문에 한평생 종살이에 얽매어 있는 이들을 풀어주십니다.

며칠 전 본원에서 뵌 98세 노 수사님의 모습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생사(生死)의 경계(境界)를 초월(超越)한 것 같은 평화(平和)로운 미소에서

죽음의 공포에서 완전히 해방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예수님 친히 주신 깊은 내적평화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영적전투 치열한 장면 한 복판에

기도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자리함이 의미심장합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시느라

기력이 딸리신 야전군 사령관이신 예수님은

아버지와의 깊은 친교의 기도로 영육을 무장시킵니다.

사막의 영전전투에 기도보다 더 좋은 무기도 없습니다.

기도를 마친 예수님을 향해 시몬과 그 일행의 말입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필요에 다 응하다보면,

할 일 다 하고 나면 기도할 시간 마련은 요원합니다.

해도 해도 끝없는 일입니다.

아마 예수님은 단호히 치유활동을 멈추고

일단 외딴 곳에서 적절한 시간에 기도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어제 읽은 어느 수도승의 짧은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Work is Prayer; Not!(일이 기도라고, 그건 아니다!)’

기도는 기도고 일은 일입니다.

일에 앞선 기도임을 강조하는 말마디입니다.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 원기를 회복하시고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신 후 영적전쟁터로 출전하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 온 것이다.”

말씀하신 후,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말 그대로 영원한 현역의 야전군 사령관,

불퇴전의 ‘하느님의 전사(戰士)’인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똑같은 주님께서 외딴 곳 성전 미사를 통해

우리를 당신 성령으로 무장시켜 삶의 영적전쟁터로 파견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