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 성월 기획] 식사 후 왜 ‘세상을 떠난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할까?
영혼과 육신의 양식 주심에 감사하며 연옥 영혼을 위한 생명의 양식도 청해 식사 전에도, 식사 후에도 기도를 바치는 천주교 신자들은 그야말로 ‘밥 먹듯이’ 기도한다. 식사 전에는 하느님께 복을 청하고, 식사 후에는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식사 후 기도의 마지막에는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우리의 식사와 죽은 이가 어떤 관련이 있기에 식사 때 마다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걸까. 식사시간에 기도하는 습관은 그리스도인에게 오랜 전통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예수님 역시 5000명을 먹이실 때와 성찬례 때 등 식사 중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린 것에서 식사 기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리스도 이후로도 신자들은 식사 때 기도를 바쳤다. 특히 수도자들의 식사시간은 경건한 기도의 시간이었다. 많은 수도회들이 규칙으로 삼고 있는 성 베네딕토의 「수도규칙서」 38장에는 “식사 동안 독서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며 “식사 중에는 독서만이 울려 퍼져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이 실려 있을 정도로 식사는 중요한 기도시간이었다. 이처럼 식사 시간에 기도를 바치던 이유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육신의 생명을 살리는 일인 식사에, 영혼의 생명을 살리는 활동이 동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영과 육의 합일체로 만드셨음을 믿고 있다. 우리가 식사 후 기도 중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신자들의 통공을 고백하는 우리는 우리에게 영혼 양식을 주심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연옥의 영혼들도 양식, 곧 주님께서 주시는 생명을 받을 수 있도록 청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바치는 식사 후 기도의 원전격인 중국 「수진일과(手珍日課)」의 ‘반후(飯後)기도문’에는 주모경과 함께 식사기도를 바치도록 돼있었다. 또 식사 전에 성경 말씀을 봉독하고, 식사 후에는 성인의 행적을 읽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기도문은 옛 기도문에 비하면 짧고 간결하다. 식사 후 기도는 동시에 영과 육을 살리는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감사하는 시간이자 위령기도다. 어떤 의미에서 교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짧은 위령기도라고도 할 수 있다. 혹시 그동안 식사 전 기도만 바치고 식사 후 기도를 빼먹었다면, 이번 위령 성월만큼은 식후에도 잊지 말고 식사 후 기도를 바쳐보면 어떨까. [가톨릭신문, 2019년 11월 10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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