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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시고자만 하신다면/신앙의 해[6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17 조회수345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이탈리아]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과 수도원

누구나 한 번쯤은 감상했을 불후의 명작 ‘벤허(Ben Hur)’ 영화의 한 장면이다.
나병에 걸린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나병 환자들과 함께 어느 동굴에서
마치 짐승처럼 모여 사는 처참한 모습을 담았다.
그 모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랑하는 아들, 오빠를 만났지만,
얼굴을 마주하지도 반갑게 포옹도 해 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숨어야 하는 기구한 모습이 영화에서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결국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나병이 말끔히 치유되는 해피엔딩이지만
나병 환자들의 버려진 모습이 기억되는 일면이리라.

‘그때에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마르 1,40-42).’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한다.
자신의 아픔을 보아 달라는 청원이다.
당시는 누구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율법마저 그들을 외면했다.
그런데 그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온몸으로 다가가는 애절함이다.
어찌 주님께서 외면하실는지요?
간절한 마음이야말로 언제나 기적의 전제 조건이다.

“스승님께서는 하시고자만 하시면 저를.”
정말 애틋하고 겸손한 간구이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손을 ‘대시며’ 말씀하셨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그를 만지시며 말씀으로 기적을 베푸신 것이다.
그는 감동했고 뜨거움이 온몸을 휘감는다.
‘병이 낫지 않아도 좋다. 사람대접 받는 이 순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그에게 치유의 은총이 내려진다.

우리 주위에도 몹쓸 병에 걸린 이들이 많다.
그리고 따져보면 누구에게나 한두 군데 꼭 ‘아픈 곳’이 있다.
질병은 ‘삶의 동반자’인 까닭일 게다.
삶을 어둡게 하는 병이 있다면 이 환자처럼 겸손하게 하느님께 청해야 한다.
현대 의학이 포기한 질병이라도 애절한 마음으로 치유를 청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반드시 ‘응답해’ 주시리라.

사실 주위엔 최첨단 의료 기술로도 어찌할 방도가 없는 병에 걸린 이들이 주위엔 쾌나 있다.
그들에게도 주님의 능력이 닿도록 기도해야겠다.
비록 죄 많은 우리지만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불쌍한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따스함을 전해야 한다.
그분께서 지니셨던 그 사랑과 인내, 애틋함으로 손을 잡아야 하리라.
그러면 그들이 감동하지 않겠는가?
 

문득 문둥이 시인이라고 불리는
한하운 시인의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라는 시가 생각난다.
이 시는 나병이라는 장애를 가진 시인이
세상의 편견과 멸시를 받는 목 메인 절규를 한 시일 게다.
문둥이에 대한 동정과 연민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팔매질이 시인을 더욱 힘들게 했나 보다.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처구니없는 사람이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닌
성한 사람이올시다. 

예수님은 절박한 고통을 안고 사는 나병 환자를 가엾게 여기시어 치유해 주셨다.
나병은 당연히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받는 천벌이라 여겼던
당시 유다 사회의 통념을 무너뜨리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셨다.
이것이 예수님을 통해 보여 준 ‘하느님 사랑’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믿음의 사람이다.
‘예수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는 나병 환자의 말을
이제는 신앙의 해를 지내는 우리가 예수님께 던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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