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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2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22 조회수711 추천수1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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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 - 마르코 2,23-28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이태석 신부님을 기억하며...>

 

 

    예수님께서 새롭게 강조하시는 안식일 규정에 대해서 묵상하면서 요즘 한국 사회 안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저희 살레시오회 이태석 신부님의 삶과 영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안식일 규정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고 부담스런 매일의 일에 대한 우리를 향한 하느님 편의 걱정입니다. 일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도록, 한 인간을 충만한 한 존재로 살게 하는 것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한 인간을 일에서 해방시켜 진정한 한 인간으로 살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 안식일 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율법이란 것이 무섭습니다. 애초에 단순했습니다. 준수하기도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율법이 율법을 낳고 그 율법이 또 싹을 틔웠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인간을 살리기 위한 안식일 규정이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되었습니다.

 

    법에 대한 지나친 집착, 우리가 스스로 만든 우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우리를 자유와 해방이 아니라 억압과 고통,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저는 살레시오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본의 아니게 사랑하는 저희 살레시오회 이태석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그는 정말 제가 사랑하는 한 돈보스코의 제자였습니다.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었습니다. 그는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모릅니다.

 

    그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살레시오회 창립자이자 청소년들의 아버지요 스승이신 요한 보스코(1815~1888)의 삶과 생애에 매료되어 살레시오회에 입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집중적인 살레시오회의 초기 양성기간(지원자 기간, 수련자 기간, 유기서원자 기간, 실습자 기간, 로마 살레시오회 대학교 유학기간, 살레시오회 부제로서의 실습기간) 등 총 10 여 년 간의 살레시오회 양성을 마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남수단 톤즈의 선교사로 파견됩니다.

 

    그리고 사실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타리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그가 톤즈에서 보여준 영웅적 덕행은 모두 톤즈 살레시오 공동체 안에서, 한국 살레시오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진 사목 활동이었습니다.

 

    최근 여러 서적이나 메스컴에서 그릇되게 과장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는 혈혈단신으로 톤즈에 파견된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를 톤즈의 열악한 상황으로 이끈 신부는 인도 출신 살레시오 회원 제임스 신부였습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가 톤즈에 도착했을 때 그 혼자가 아니었고 제임스 신부를 비롯한 여러 살레시오 회원들이 그를 환대했었고, 그의 톤즈 초창기 생활을 도왔고, 그의 사목활동에 늘 함께 했습니다.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이 속상하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이태석 신부를 영웅화하기 시작한 최초의 영상물에는 이태석 신부가 사제요, 수도자, 한 살레시오 회원이라는 사실은 완전히 숨긴 채 그의 영웅적인 모습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솔직히 더도 덜도 아닌 ‘한 살레시오 회원’이었습니다. 인간적인 한계를 지닌 나약한 한 인간으로서 공동 사목활동을 해나가는 과정 안에서 서로 상처도 주고받고, 그러나 서로 격려하고 서로 보완하면서 돈보스코 성인께서 못 다하신 이 세상 모든 청소년 영혼 구원을 위해 전력투구하던 한 평범한 살레시오 회원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남수단 톤즈에서 보여준 영웅적 덕행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곳 아이들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교과서에 실리고 영화화화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수도회 회원으로서 양심을 걸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사목활동은 충실한 한 살레시오 선교사로서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사목활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출신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캄보디아에, 그리고 중국 연길에, 아프리카 수단에, 말라위에, 가장 열악한 나라인 파푸아 뉴기니아에 나가있는 저희 살레시오 형제들이 누구나 다 하고 있는 사목활동이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에서 보여준 8년간의 영웅적인 선교사로서의 활동은 살레시오 회원이라면 누구나 다 하고 있고, ‘내가 이렇게 일했어.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고 자화자찬하고 매스컴을 탈일은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 증폭되고 재생산되고 있는 ‘이태석 신드롬’을 바라보며 ‘이건 아니다’하는 생각을 제 개인적으로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소속의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그의 영웅적인 선교활동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습니다. 그의 영웅적인 생애에 누를 끼칠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심각하기에 할 수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정말이지 자중할 때인 것입니다. 지금은 정말 침묵 속에서 기도할 때입니다. 이태석 신부도 정말이지 나약한 한 인간이었기에 그를 위해 자비하신 하느님께 기도할 때인 것입니다.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서 되풀이되어온 과오가 한 가지 있습니다. 한 인물이 뜨면, 이 사람 저 사람 그 인물에 대해서 목숨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일은 그를 상업화하는 일입니다. 그에 대한 정확한 생애, 영성, 하느님과의 내밀한 관계, 그의 교회관...이런 것은 뒷전이고 오로지 그의 영웅적인 면모, 그의 신비로운 면모, 그의 독특한 이력에 대해서만 몰두하고 환호하고 그 결과 사실이 아닌 허상을 만들어내고 열광하는 신심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상업주의, 반교회주의를 경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지금 솔직히 이태석 신부와 수 십 년간 동고동락했던 수많은 살레시오 회원들이 침묵 속에 기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솔직히 같이 살면 다 압니다. 삼시 새끼 같이 밥을 먹고, 24시간 그와 함께 생활하며, 모든 것을 공유했었던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입니다. 그의 약점, 그의 결핍, 그의 한계, 그가 지니고 있었던 부족함...모두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침묵 중에 기도하면서,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고자 노력하면서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하느님을 뜻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태석 신부와 단 하루도 같이 살지 않은 프로그램 제작자나 저술가, 그리고 가족들까지 합세해서 수도자, 사제로서가 아닌 자연인 이태석 신부의 영웅적인 업적을 기리고 계승한다고 난리들입니다. 이태석 신부의 전기를 쓴다, 이태석 신부 뮤지컬을 만든다, 이태석 신부의 삶과 영성을 기리는 재단을 만든다, 이태석 신부의 이름으로 모금을 한다, 다들 야단법석입니다.

 

    이태석 신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다 파악하고 있고, 그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은 침묵 속에 기도만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의 영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저희로서 얼마나 속이 타겠습니까?

 

    저 같은 경우 벌써 가족들을 떠나 수도회에 몸 담은지 25년이 넘었습니다. 가족들 간의 접촉은 거의 없다보니 가끔씩 만나는 친족들이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를 지경입니다. 반대로 수도회에 거의 몸담고 있다 보니 저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저의 식구들이 아니라 수도회 가족들입니다.

 

    지금은 정말이지 침묵할 때입니다. 침묵 속에서 떠나신 고인이 원하신 바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입니다. 무엇보다도 이태석 신부와 수 십 년간 동고동락했고, 그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그가 남겨준 정신, 그의 영성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저희 120명의 살레시오 회원들이 지금 현재 가장 바라고 있는 바는 침묵입니다. 하느님의 섭리와 자비에 이태석 신부를 맡기는 일입니다. 제발 좀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과도한 열풍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 만이라도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가 있습니다. 더 이상 과도한 열풍을 일으키는데 동조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라면 50년 100년 후라도 그분께서 알아서 해주실 일입니다. 지금은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을 일입니다. 또 다른 선교사들, 또 다른 이태석 신부를 위해 조용히 기도하고 후원할 일입니다.

 

    이태석 신부 3주기 맞아 만난 남상헌 신부(살레시오회 한국관구장)

 

    “이태석 신부는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아버지요 스승이며 친구로서 자신의 삶을 다 바친 진정한 하느님 사랑의 표지이자 선물입니다.”

 

    이태석(요한 세례자, 1962~2010) 신부 3주기 위령미사를 이틀 앞둔 12일 살레시오회 한국관구장 남상헌 신부를 만났다. 한국방송(KBS)이 제작 방영하려던 ‘브라스밴드 한국에 오다(가제)’라는 영상물에 대해 살레시오회가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4일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받아들여진 것과 관련해서다. 살레시오회는 왜 KBS의 관련 다큐멘터리 방영을 막았는지, 3주기를 맞는 이 신부 조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들었다.

 

    우선 돈보스코 브라스밴드 관련 다큐 방영을 막은 이유에 대해 남 신부는 "이 신부의 삶과 영성이 상업적 흥미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이에 고무된 담당 PD가 이 신부를 기린다는 명목으로 친형 신부와 사단법인 ‘이태석 사랑나눔’을 만들고, 이 신부를 다룬 영상물을 네 편 만들어 KBS를 통해 방영함으로써 2012년 한 해 30억 정도를 모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것.

 

    남 신부는 이와 관련해 “이태석 사랑나눔은 살레시오회 카리스마를 모범적으로 살았던 이 신부의 신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살레시오회도 사전 동의나 승인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송 원고 당사자를 당초 살레시오회에서 톤즈 돈보스코중등학교와 교장 샤이젠 좁 신부로 바꾸면서까지 지난해 10월 방한한 브라스밴드 관련 다큐 프로그램 방영을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교 사제로서 이태석 신부의 신원이나 영성은 도외시한 채 그저 의사나 음악가, 좋은 일을 한 사람으로 호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 신부 삶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브라스밴드의 경우도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촬영하고 방송하려 함으로써 이들의 인권이나 사생활이 무시된다는 판단에 따라 수도가족들이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번에 법원에서 논쟁을 일단락 짓는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남 신부는 “이 같은 과정이 교회 내 갈등으로 비쳐질까 우려 돼 조심스럽다”면서도 “수도자들은 종신서원을 할 때 청빈서원과 자발적으로 쓰는 유서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수도회에 내어맡기는(교회법 668조) 점을 상기하면 살레시오회를 중심으로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신부 선종 3주기를 맞아 살레시오회는 지난 3년간 모은 자료를 통해 이 신부의 삶과 영성이 한 점도 왜곡되지 않고 전해질 수 있도록 각종 심포지엄과 영성강좌, 평전 작업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평화신문 3월 20일자 신문)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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