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7 연중 제3주일(해외원조주일)

느헤8,2-4ㄱ.5-6.8-10 1코린12,12-30 루카1,1-4;4,14-21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말씀, 전례, 공동체-

오늘은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말씀과 전례, 공동체입니다.

저절로 사람이 되는 게 아닙니다.

말씀과 전례, 공동체로 이루어지는 교회생활에 충실할 때

비로소 온전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되는 것은 평생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제 읽은 ‘저승사자가 부르면?’이란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60세 회갑 : 지금 안계시다고 여쭈어라

70세 고희 : 아직 이르다고 여쭈어라

77세 희수 : 지금부터 노년을 즐긴다고 여쭈어라

80세 산수 : 아직 쓸모가 있다고 여쭈어라

88세 미수 : 쌀밥을 더 먹고 간다고 여쭈어라

90세 졸수 : 서둘지 않아도 된다고 여쭈어라

99세 백수 : 때를 보아 스스로 가겠다고 여쭈어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도 있듯이

진정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순간이요

조금 더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구나의 본능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사는 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답게 사느냐입니다.

아름답고 품위 있게 살다가 귀향하듯 때 되면 홀가분하게 떠날 때

성공적인 인생입니다.

바로 사람이 되기 위한 세 가지 필수조건에 평생 충실할 때 가능합니다.

오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세 가지 필수조건인

교회의 말씀과 전례,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첫째 필수 조건은 말씀입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 말씀으로 삽니다.

말씀은 생명이요 빛입니다.

말씀은 영혼의 생명이요 빛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사람의 본질은 말씀입니다.

말씀이 없으면 영혼은 죽음이요 어둠입니다.

말씀의 구원 출구를 통해 하느님을 만납니다.

말씀은 우리 발의 등불이요 우리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말씀 예찬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오늘 회중의 모임에서

율법학자 에즈라는 율법서를 읽어주고 번역하며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백성은 모두 율법서의 말씀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대로 말씀을 흡수하는 목말랐던 영혼들 같습니다.

복음의 예수님 역시

이사야 예언자의 두루마기를 펼치시며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그대로 주님의 현존입니다.

하여 말씀의 기쁜 소식이 가난한 이들을 자유롭게 하고,

세상적인 것들에 잡혀 사는 이들을 해방케 하며,

마음에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무지와 탐욕에 억압 받는 이들을 해방케 합니다.

모두가 말씀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실로 주님의 말씀이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하고 정화하고 성화하고 자유롭게 합니다.

얼마 전 어느 피정 자매의 말도 생각납니다.

“피정 온 후 계속 잠을 잤습니다.

  먹으면 졸리고 기도하고 나면 졸리고 하여 이틀은 계속 잠을 잤습니다.

  몸과 맘을 푹 쉬어주니 저절로 책이 땅겨 읽게 되었습니다.

  집에 놔두고도 읽지 않던 책을 피정 와서 보니 새로웠습니다.”

새롭게 와 닿은 ‘땅기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음식이 땅긴다는 것이 몸의 건강을 뜻하듯이

말씀이 땅기는 것은 영혼이 건강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너무 고단하게 살다가 영혼의 건강이 회복되니

책의 말씀이 땅겼음에 분명합니다.

말씀이 땅기는 정도로 영혼의 건강 상태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둘째 필수 조건은 전례입니다.

말씀의 자리는 교회 전례입니다.

전례는 말씀과 기도로 이루어집니다.

가톨릭교회의 영성은 전례 영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례는 영성을, 믿음을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교회생활, 영성생활은 비상하지 않습니다.

전례주년 따라 일상의 전례의 기본에 충실하면 됩니다.

전례와 삶은 함께 갑니다.

전례가 삶의 꼴을 잡아주어 삶의 전례화가 이루어집니다.

막연한 신앙인이 아니라 삶의 전례화와 더불어 진정 신앙인이 되어갑니다.

전례의 핵심은 두말 할 것 없이 미사와 성무일도입니다.

미사와 성무일도의 기본전례에 충실할 때 영적 성장에 성숙입니다.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항구히 기본전례에 충실 하는 것이

영적성장의 지름길입니다.

저는 오늘 1독서와 복음에서도 즉시 전례의 중요성을 포착했습니다.

에즈라는 전례모임에서 위대하신 주님을 찬양하자,

전례에 참석한 온 백성은 손을 쳐들고

“아멘, 아멘!” 응답하며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하느님께 경배합니다.

그대로 거룩한 전례 장면입니다.

전례를 통해 주님의 위로와 격려를 체험하는 신자들입니다.

“오늘은 주 여러분의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시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단 술을 마시십시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여러분의 힘이니 서러워하지들 마십시오.”

그대로 오늘 미사에 참석하여

말씀과 성체의 영적음식을 먹고 성혈의 영적음료를 마시는

우리들을 향한 주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합니다.

미사를 통해 베풀어주시는 주님의 기쁨이

바로 우리의 힘이라는 말씀 또한 얼마나 위로와 힘이 되는지요.

이 모두가 전례의 축복입니다.

모든 교회의 거룩한 전례를 통해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 치유 받고 구원 받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시어

성경을 봉독하셨다는 대목에서 늘 회당 전례에 충실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셋째 필수 조건은 공동체입니다.

전례가 이미 공동체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동전례가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의 일치를 이루어 줍니다.

오늘날의 신원위기는 그대로 전례공동체의 붕괴와 직결됩니다.

사람이 되기 위한 기본 삶의 자리가 전례공동체의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의 고립단절이 지옥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에 연결되어 있는

한 몸의 지체들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교회공동체의 지체들 중

사도들, 예언자들, 교사들의 순서로 강조한다는 사실에서

말씀을 가르치는 몫이 공동체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사실 순수한 개인이나 자연인은 착각이요 환상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하나로 연결되어있고

사람 누구나 공동체 소속되고 싶어 하는 본능적 욕구를 지닙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이나 우울증, 자살 등 모두가

공동체와 단절의 극심한 외로움에서 기인합니다.

날로 개인주의화 되어 가는 추세가 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신문의 ‘나 홀로가 대세’라는 만화란을 스크랩 했습니다.

“고독사 증가, 솔로시대, 1인 가구, 싱글족, 나홀로 식당, 나홀로 인선”

개인주의시대의 추세 같습니다만 역으로

공동체 운동 역시 서서히 불길처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중림동 쪽방 촌에서

‘한사랑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윤석찬 신부님의 언급도 잊지 못합니다.

“한 번 부서지고 깨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혼자 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쪽방촌은 망가진 심신을 회복하여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사는 삶의 자리이다.”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가 쪽방촌 사람들처럼 상처 받은 약한 사람들로

공동체의 위로와 격려,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공동체를 형성시켜주고 위로와 치유를 주며

신원을 선명히 인지시켜주는 공동전례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주님은 공동미사전례를 통해 우리를 치유하시고 구원하십니다.

사람이 되는 세 필수 조건은 말씀과 전례, 공동체입니다.

바로 이 세 필수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교회생활에 항구히 충실할 때

비로소 사람이, 교회의 사람이, 그리스도의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공동전례 미사를 통해

우리를 치유하시고 구원하시며 공동체의 일치를 굳건히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