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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로지 씨만 열심히 뿌리자/신앙의 해[73]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30 조회수330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프랑스] 루르드 성모발현 동굴 위에 지어진 성당들

인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어떤 위대한 성자[聖者]가 외투 하나만 걸친 채 곳곳을 동냥하며 다녔단다.
그런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자신의 제자였던 임금이 선물한 금으로 된 동냥 그릇을 가지고 있었다나.
어느 날 폐허가 된 절에서 잠을 청하던 그는
기둥 뒤에서 자신을 염탐하고 있는 도둑을 발견했다.
그러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여기 동냥 그릇이 있소. 탐나면 가져가시구려.
그래야만 단잠을 방해받지 않을 것 같소.”
그러고는 손을 뻗어 황금 그릇을 내밀었다.
그릇을 받아 쥔 도둑은 황급히 사라졌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도둑은 되돌아와 성자 앞에 무릎을 꿇고는
“지난밤 당신은 이 그릇을 흔쾌히 주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것들을 가볍게 여길 수 있는지 알려 주십시오.”라고 말했단다.
우리네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쉽게 욕심을 버릴 수 있겠는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의 핵심 역시 ‘욕심 버리기’이다.
씨앗은 자연의 여건이 갖추어지면 어디서든 싹을 틔운다. 
 

복음의 씨앗도 마찬가지다.
욕심을 줄이는 그만큼 좋은 땅이 많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천박한 땅이 아니라면 씨앗은 저절로 자라 열매를 맺는다.
우리는 언젠가 영생을 누릴 사람들이다.
말씀의 씨앗이 곳곳에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게다.

열매를 잘 맺고 맺지 않고는 하느님의 몫이다.
우리의 욕심으로는 되지 않는다.
‘열매를 잘 맺어야지.’하고 씨를 뿌리면 매번 실패하리라.
그게 욕심이다.
‘뿌리기만 하면 그분께서 거두리라.’하고 그저 뿌리기만 하자.
 

콩나물을 기를 때는 계속 물을 준다.
줄줄 새 나가도 자주자주 물을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싹이 돋아난다.
흐르는 물을 흡수하기 때문일 게다.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하다.
계속하다 보면 믿음의 싹이 올라옴을 느끼게 된다.

말씀의 실천은 ‘한두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하고 용서하는 일은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닌 까닭일 게다.
한두 번 해보다 그만두는 자세이다.
콩나물을 키우면서 물주기를 그만두는 것과 같다.
조건을 갖추어 주지 않는데 어찌 싹이 돋을 수 있을지?
아무리 좋은 말씀을 들어도 ‘지속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뿌리를 내릴 수 없다.

모든 씨앗에는 생명이 숨어 있다.
그냥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조건을 갖추면 싹이 돋아난다.
‘주님 말씀’도 마찬가지이다.
모른 척하면 그만인 것이 생명력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 주는 가르침이 숨어 있다.
조건을 갖추면 삶을 바꾸는 힘이 나타난다.

복음 말씀은 그 ‘조건’에 대한 말씀이다.
언젠가 하겠다는 것은 게으름이다.
‘지금 바로’ 실천해야 좋은 땅이 된다.
그러면 씨앗은 저절로 자라 열매를 맺는다.
우리는 말씀을 받은 사람들이다.
말씀의 씨앗이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할 것’은 반드시 그때에 해야 한다.
그래야 믿음의 열매를 맺는다.
노력 없이 주어지는 은총은 없다.
어떤 이가 무심코 축복을 받는 것 같아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누군가 그를 위해 기도했거나 본인이 남모르는 선행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3년 동안 공생활을 하시면서 사랑을 전하시고 그 씨앗을 심어 주셨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이 믿지 못하였다.
그러면 그분의 복음 선포는 실패였나?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 그분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그분 말씀대로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열매를 맺고 있다. 
 

우리는 모두 말씀의 씨를 뿌리는 사람이다.
씨를 뿌리면서 좌절을 여러 번 맛보기도 할 게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손길을 통하여
몇 십 배, 몇 백 배의 열매를 거두시는 놀라운 분이시다.

신앙의 해를 보내면서
그분의 지혜로운 섭리에 우리는 자신을 맡기며 씨를 계속 뿌리도록 하자.
예수님은 지상에 살아생전은 물론 마지막 유언까지도
‘땅 끝까지 당신 말씀을 전하라.’라는 것이었다.
이게 복음을 전파하는 진정한 선교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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