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30 조회수322 추천수4 반대(0)


신학생들과 하는 30일 피정을 마쳤습니다. 저에게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30일 피정을 하면서 2주간에는 이냐시오 성인만의 독특한 피정방식을 묵상하게 됩니다. 그 주제는 3가지입니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깃발과 사탄의 깃발입니다. 피정을 하는 학생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신의 죄를 묵상하게 되고 죄를 많이 지었음에도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용서받았음을 감사드립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탄의 깃발이 아닌 그리스도의 깃발아래 설 것을 다짐하게 됩니다. 사탄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권력, 명예, 재물입니다.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게으름과 교만으로 우리를 사탄의 깃발아래 모이게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사용하시는 무기는 사랑, 희망, 믿음입니다. 겸손과 봉사 그리고 희생과 순명으로 우리를 그리스도의 깃발아래 모이게 합니다.

그리스도의 깃발아래 모이는 사람은 크게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마음은 그렇게 가지면서도 몸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착한 일을 해야지, 남을 도와야지, 사랑해야지 마음은 먹으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따라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신자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마음먹은 대로 행동은 하지만 시련의 때가 오거나, 유혹이 다가오면 자신의 뜻대로 행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이런 유형으로 신앙생활을 합니다. 세 번째 유형은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입니다.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다가와도 그리스도의 깃발아래 용감하게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본당에 있으면 더러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스도만을 따르겠다고 약속한 사제인 저 보다 훨씬 굳건한 신앙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겸손함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십니다. 그분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그리스도의 깃발아래 서기위해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 겸손에도 3가지 단계가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겸손은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모든 대죄를 범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흠숭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 겸손은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모든 대죄는 물론이요 소죄까지 범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루의 중심은 기도이고, 삶의 목적은 이웃에 대한 희생과 봉사인 사람입니다. 세 번째 겸손은 이제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고난과 시련 그리고 죽음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입니다. 성인과 성녀들은 바로 이런 삶을 사셨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이것을 원리와 기초에서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병약함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 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

피정 중에 학생들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깃발아래 서는 것이, 세 번째 유형의 사람으로 사는 것이, 겸손의 세 번째 단계를 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변화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30일 동안 학생들에게는 말씀의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그 씨앗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그 씨앗이 학생들의 삶에서 꽃을 피우리라 믿습니다.

예전에 봉성체를 다녔던 장애인 친구가 쓴 시가 생각납니다.
“밤하늘이 있기에 별들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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