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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나라 -필연과 자유- 2013.2.1 연중 제3주간 금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01 조회수391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2.1 연중 제3주간 금요일 히브10,32-39 마르4,26-34

 

 

 

 

 



하느님의 나라

 

-필연과 자유-

 

 

 

 

 


눈 만 열리면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나 겨자씨의 비유뿐 아니라

곳곳에 널려있는 하느님 나라의 비유들입니다.

 


내리는 봄비에 녹는 땅을 보니 이젠 완연한 봄입니다.

겨울 추위가 봄의 따뜻함을 이기지 못합니다.

다가오는 봄 앞에 소리 없이 물러나는 겨울입니다.

 

이 또한 하느님 나라의 비유로 적절합니다.


철을 잊어 철없는 어른들이 참 많습니다.

철을 보며 철이 들라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부단히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살아있는 자연 성경책입니다.

사실 자연 성경 책 하나만 묵상해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옛 사막교부 아르세니우스의 예화가 생각납니다.

그는 고위직을 버리고 사막에 은거했던

아주 학식이 풍부했던 사막교부였습니다.

 

 

 

 

 

-어느 날 아르세니우스는 이집트 농부와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이를 본 한 사막 수도승이 물었다.

“어찌 훌륭한 라틴 및 그리스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스승께서

이런 비천한 농부에게 당신 생각에 대해 자문을 구하시는 지요?”

물음에 대해 그는 대답했다.

“나는 실로 라틴 및 그리스 교육을 잘 받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 농부의 알파벳도 모른다.”-

 

 

 

 

 


삶의 지혜와 지식은 다릅니다.

사막의 수도승들은 세상 지식은 짧았지만 삶의 지혜는 탁월했습니다.

이런 이들의 눈에는 자연 또한 살아있는 성경책이요

무수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계시하는 비유들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어제 외출 했을 때 읽은 지하철역 창문의

‘내 안에 있는 그대’(임보순)란 시도 생각납니다.

 

 

 

 

 


-별은 멀리 있고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다.

 

내 안에 그대.

 

별은 멀리 있어 만날 수 없고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어 찾을 수 없다.

 

내 안에 그대-

 

 

 

 

 


‘그대’를 임으로 바꿔도 그대로 통합니다.

별보다 멀어 만날 수 없고 바다보다 깊어 찾을 수 없는

초월과 내재의 사랑의 임이십니다.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임을 찾아 만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주님과 일치가 깊어질수록 무위자연의 순리에 따른 자유인의 삶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하느님 나라의 비유를 보면 그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오늘 복음의 주석 중 다음 대목이 신선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 자신의 행로를 놔두지 않고,

  은총과 유머로, 우리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시기 때문이다.”

 

 

 

 

 


유위(有爲)의 내 꿈이 무너질 때

비로소 우리 위한 무위(無爲)의 하느님의 꿈이 나타납니다.


하느님의 때를 알아 이에 순응할 때 비로소 자유인이요

넉넉한 마음에 넘치는 유머입니다.


내 뜻대로가 아닌 하느님의 뜻에, 때에 순응하는 무위자연의 삶일 때

새삼 필연은 자유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저절로 자라는 씨와 겨자씨의 하느님 나라의 비유를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귀한 가르침입니다.

하느님은 그 누구, 무엇에도 좌절하는 일 없이

묵묵히 순리 따라 무리하지 않고 당신의 일을 행하십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응답은 인내와 믿음입니다.

 

 

 

 

 


- 여러분이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나의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그러나 뒤로 물러서는 자는 내 마음이 기꺼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입니다.-

 

 

 

 

 


히브리서 말씀대로 인내의 믿음으로 하느님의 때에 순응하는

무위자연의 삶일 때 비로소 자유롭고 생명 충만한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어

하느님의 뜻에 따라 무위자연의 삶을 살 게 하십니다.

 

 

 

 

 


“의인들의 구원은 주님에게서 오고,

  그분은 어려울 때 피신처가 되신다.”(시편37.3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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