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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 한 자루의 초에도 정성을 담아서/신앙의 해[76]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02 조회수350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본 오르타쾨이 모스크

교회는 성탄 다음 40일째 되는 날,
곧 2월 2일을 예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감하는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을 기념한다.
초세기 부터 이 축일에는 초 봉헌 행렬이 여기에 덧붙여졌고
18세기 프랑스 전례에서 ‘주님 봉헌’으로 바뀌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이날을 ‘봉헌 생활의 날’로 제정하여,
자신을 주님께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삼아
이날에 모든 신자가 수도 성소를 위해 특별히 기도하고,
봉헌 생활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권고하였다.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성모님은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거기에는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그는 아기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29-32)”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이산가족 가운데 한 분이 꿈에 그리던 가족을 상봉하고 나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삶에서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꼭 하고 싶던 일을 마침내 이루었을 때 흔히 이런 말을 쓴다.
자신의 인생에서 목적하던 바를 다 이루었다는 뜻일 게다.

시메온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하겠다.
그는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고,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라고 고백한다.
평생을 기다리던 그리스도가 바로 자신 품에 안긴 아기 예수님임을 깨닫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사실 이런 기다림의 삶이리라.
어쩌면 평생 내가 믿고 기다리는 주님을
삶 속에서 깊이 깨닫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일 게다.
우리가 백 년을 넘게 살든,
단 몇 년을 살든, 중요한 것은 주님을 깊이 깨닫고 구원을 얻는 것이다.
이것을 빼놓고 나면 우리 인생에 무엇이 남을 수 있는지?
지금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는 삶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주님을 깊이 만날 때이리라.
 

성모님은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셨다.
그것은 율법에서 명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의료 시설도 열악했고
전쟁이나 자연재해도 잦아 아기들이 많이 죽었을 게다.
그러기에 태어나는 아기는 모두 주님께 봉헌하게 했다.
설령 죽더라도 주님께서 데려가시는 것으로 여기라는 암시이리라.

주님께서 주셨기에 주님께 드린다는 종교 예절이기도 했다.
신앙인 역시 봉헌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세례성사로 주님께서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매일의 사건을 그분께서 ‘주시는 것’으로 여기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쁘고 즐거운 일에는 봉헌이 쉽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일에는 힘이 든다.
억울한 사건을 ‘주님께서 주셨다.’라고 여기는 것은 ‘신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 봉헌의 삶을 깨달을 수 있다. 
 

주님 봉헌 및 봉헌 생활의 날이다.
성모님도 아기 예수를 성전에 바쳤다.
봉헌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야 할 게다.
좋은 일을 주셨건 아픈 상처를 주셨건 간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님의 힘이 함께하리라.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단 한 자루의 초라도 정성스레 그분께 봉헌하자.
그 초가 빛이 되어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지도 모를
그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길 빌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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