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봉헌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02 조회수318 추천수2 반대(0)

어제는 사제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서품식에서 가장 가슴이 찡하게 울리는 장면은 ‘성인 호칭기도’입니다. 서품 대상자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겸손한 자세를 취합니다.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서 신자들이 함께 드리는 성인 호칭 기도를 들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학생으로서 지냈던 모든 일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 앞으로의 다짐, 고마웠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에 사제로 서품 받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바닥에 엎드려 있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며 그 많은 신자들이 함께 기도 해 주셨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용기와 힘이 생깁니다. 사목의 결실을 맺어서 칭찬을 받을 때는 그 모든 일의 성과는 하느님의 은총임을 생각하며 좀 더 겸손한 마음을 가집니다. 나의 아픔과 좌절, 나의 실패와 고난까지도 모두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일임을 믿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돌아봅니다. 이것이 바로 ‘성인 호칭 기도’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사제가 되면 매일 ‘성체성사’를 거행합니다. 사제의 축성과 기도로 제병은 성체가 되고, 포도주는 성혈이 됩니다. 그리고 성체와 성혈은 주님의 몸과 피가 되어서 사람들과 하나가 됩니다. 주님을 받아 모시는 이들은 이제 곧 제2의 그리스도가 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제에게 주어진 커다란 은총이며 사명입니다.

오늘 매일미사 묵상에는 주님 봉헌 축일의 의미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고난의 잔을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자신을 박해하고, 십자가에 매달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용서해 주시기를 청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솔직하게 아프다고, 원망스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주님께서는 이제 모든 이를 위한 모든 것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신앙이 있는 곳에, 당신의 몸을 성체의 모습으로 나누어 주십니다.

봉헌은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봉헌은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입니다. 봉헌은 나의 허물과 잘못까지도, 나의 원망과 실망까지도 하느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봉헌은 나의 삶을 이웃들을 위해서 나누는 것입니다.

신앙 안에서 가정을 이루는 많은 부부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하거나 아플 때나 모두들 사랑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많은 분들이 때로 부당한 일이 있어도, 자존심이 상해도 가족들을 위해서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22년간 사제생활을 하고 안식년을 청했습니다. 교구장님께서도 저의 청을 받아 주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교구 인사이동으로 저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비록 안식년이라는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은 미루어졌지만 저에게 또 다른 직무를 맡겨 주시는 교구장님께 기쁜 마음으로 순명합니다.

제가 가야 할 곳은 ‘용문 수련장’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1980년도에 용문 수련장에서 주일학교 여름 수련회를 했었습니다. 그때 성당의 친구들을 만났고, 성당의 친구들은 저를 신학교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그런 추억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일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이제 그곳을 찾는 학생들에게 하느님의 놀라우신 사랑을 전하려 합니다.

지나가시는 길에 찾아주시면 차 한 잔 대접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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