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2 토요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생활의 날) 말라3,1-4 루카2,22-40

봉헌의 축복

오늘은 참 좋은 주님 봉헌 축일을 맞이하여, ‘봉헌’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봉헌보다 아름다운 말은 없을 것입니다.

봉헌을 통해 활짝 열리는 축복의 문입니다.

모든 좋은 것들이 봉헌과 관련되어 있음을 봅니다.

봉헌의 기쁨, 봉헌의 행복, 봉헌의 평화, 봉헌의 축복, 봉헌의 아름다움,

봉헌의 충만, 봉헌의 자기실현 등 끝이 없습니다.

믿는 자들의 행복은 바로 봉헌의 삶을 살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봉헌은 믿는 이들의 삶의 의미입니다.

주님을 믿지 못함으로 평생 봉헌의 맛을 모르고

허무하게 인생 마치는 이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수도승들의 종신서원 미사나 장례미사는

봉헌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되어 무한한 감동을 줍니다.

종신 서원 식 때 수시페(*주님, 저를 받으소서. 그러면 제가 살겠나이다.

주는 저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 후 더불어

제대 앞 성전 바닥에 바짝 엎드린 검은 수도복에 가리어진 수도승의 모습을 통해

봉헌된 삶으로의 수도승의 신원을,

또 장례미사 때 성전 제대 앞에 놓은 관을 보면서

마지막 봉헌의 죽음임을 절절히 깨닫게 됩니다.

무의미한 죽음이 아닌 봉헌의 죽음이라는 깨달음은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새삼 바오로의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해서 죽는다.’는

‘우리는 살아도 주님의 것이요 죽어도 주님의 것’이라는 고백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주 예전에 써놓은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꽃을 좋아하면 당신의 꽃이

 당신이 별을 좋아하면 당신의 별이

 당신이 하늘을 좋아하면 당신의 하늘이 되고 싶다.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1998.12.25)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모든 이들 역시

봉헌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 누구나의 마음 깊이에 잠재해 있는 봉헌의 욕구입니다.

하여 우리 어느 수사님은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선생님께

음악시간마다 들꽃 한 송이를 바쳤고,

또 한 수사님은 제가 본원에서 피정지도 동안 매 강의 시작 전 마다

차 한 잔을 저에게 바쳤습니다.

마음 깊이 잠재해 있는 아름다운 봉헌의 마음을 확인하니 참 흐뭇했습니다.

봉헌 중의 봉헌이 주님께 봉헌입니다.

주님께 봉헌이 우리를 행복하게 자유롭게 합니다.

자기실현이나 자기발견 역시 봉헌의 선물입니다.

가끔 ‘길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이 없다’ ‘비전이 없다’ ‘중심이 없다’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주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길이자 희망이자 비전이며 중심이신 주님께

봉헌의 삶을 살 때 모든 것이 일거에 해결됨을 깨닫습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신자들 또한

봉헌된 삶에 대한 정체성을 잊어버려 방황이요 혼란임을 깨닫습니다.

봉헌의 삶에 항구할 때 봉헌되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말라기의 예언이 그대로 실현되어 봉헌의 삶에 충실했던

시메온과 안나는 성전에서 봉헌되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을 만난 시메온의 감격에 벅찬 아름다운 고백을

우리 역시 매일 끝기도 때마다 노래로 바칩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매일 끝기도 때마다 바치는

시메온 찬가와 강복(*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의 은총이

선종의 죽음을 맞이하게 합니다.

우리 역시 시메온처럼 성전에서의 매일 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봉헌되시는 주님을 만나 자신을 새롭게 봉헌합니다.

봉헌의 삶을 통해 끊임없이 정화되고 성화되는 우리의 존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시어

당신께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시며 봉헌의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