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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 하루만이라도 텅 빈 상태로/신앙의 해[8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08 조회수432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림 : [터키] 이스탄불 성 소피아 대성당 외부 출구

‘그때에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마르 6,30-32)’
 

제자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보고한다.
모든 게 놀라운 일이다.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을 낫게 했으며,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이 모든 행동은 ‘하느님의 능력’을 지녔기에 가능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쉬게 하신다.
‘주님의 능력’에 대해 감사할 시간을 마련해 주신 것이리라.
그분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면 누구나 교만해질게다.
본인은 평상시처럼 행동해도 사람들은 금방 느낀다.
감사와 겸손한 자세만이 그분의 능력 안에 계속 머물게 할 것이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주셨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음식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스승님의 넓고 따뜻한 배려이다.

신앙인 역시 예수님의 제자들이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도 ‘당신의 능력’을 주셨다.
겸손과 감사와 열정을 지니면 마음속에서 움직이는
‘그분의 능력’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호수가 산을 다 품을 수 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 이다  

우리가 주님을 안을 수 있는 것은
가슴이 넓어서가 아니라
영혼이 맑아서 이다  

오 주님
내 영혼 맑게 하소서 주님
내 영혼 맑게 하소서 주님
내 영혼 맑게 하소서  

김정식의 노래 ‘호수’이다.
세상의 온갖 번잡한 일을 벗어나 깊은 산속 외딴곳에서 주님만을 바라며 살고 싶은
어느 한 시인의 마음이 가슴 저리게 전해진다.
예수님도 사람들을 떠나 ‘외딴곳’으로 가서 쉬고자 하신다.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된 시간의 행복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예수님은
외딴곳에 홀로 머물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셨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고, 늘 번잡한 일에 매달려 있다.
매일매일 전투를 하듯 어디엔가 쫓기듯 산다.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계명은
주일에 미사 한 번 참석하면 모든 의무를 다한 것처럼 여긴다.
그 다음은 즐기고 놀아야 쉰 것 같다.

참된 ‘쉼’이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일 게다.
‘마음은 호수’라고 했듯이,
우리 마음이 고요해야 호수 표면에 하늘의 달그림자도, 산 그림자도 담아낼 수 있다.
고요 속에서 내 인생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고,
나의 날을 새롭게 준비하시는 주님의 창조의 손길을 만날 수 있다.
그분께서 왜 제자들에게 외딴곳으로 가서 쉬라고 하셨는지,
또 당신께서도 왜 군중을 떠나 외딴곳에 가서 머물고 싶어 하셨는지
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예수님께서는 자신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보고하러 온 사도들에게
조용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라고 배려하신다.
활동과 휴식은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하나의 균형이 깨질 때 생명은 위협을 받게 된다.
세상사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영적인 휴식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내일부터 즐거운 설날 연휴이다. 
 

영혼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진정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단다.
영적인 휴식이란 잠시만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조용히 머무르는 침묵의 순간을 말할 게다.
신앙의 해를 바쁘게 보내면서 온몸의 긴장을 푼 상태로
모든 생각과 감정 그리고 몸의 움직임을 정지하고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텅 빈 상태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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