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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인임을 처절하게 고백한 사람만이/신앙의 해[82]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09 조회수347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터키] 이스탄불 성 소피아 대성당 외부

베드로는 지쳐 있었다.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입질’도 없는 낚시는 얼마나 ‘긴 인내’를 요구하는지?
해 본 사람만이 알게다.
멍하니 새벽을 맞이한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
그러고는 다시 그물을 내리라고 하셨다.

베드로의 운명을 바꿀 선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머뭇거리고 망설였을 것이리라.
밤새 허탕을 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다시’ 그물을 던졌다.
결과는 배 두 척으로도 끌어올릴 수 없을 만큼의 고기가 잡혔다.

이렇게 해서 베드로는 선택되었다.
지친 어부에서 예수님의 으뜸 제자로 바뀐 것이다.
변화의 주체는 베드로가 아니라 예수님이시다.
그분께서 ‘선택하셨기에’ 베드로는 바뀔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의 운명은 전적으로 주님께 달렸음을 깨달아야 할 게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이 말씀의 뜻을 잘 생각해보자.
얼핏 우리가 보기에는 ‘낚는다.’라는 말에서
단지 미끼를 이용해 고기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 올리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줄낚시나 대낚시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
그물로 잡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베드로가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들을 사로잡은 것처럼
‘사람을 낚는다.’는 말은 ‘사람을 사로잡는다.’라는 뜻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사실 우리는 많은 것에 사로잡혀 있다.
돈에 잡힌 이는 세상이 온통 돈으로 보이고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인은 그 남자만 떠올리리라.
요즘 많은 청소년은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에 사로잡혀 있다.


이 밖에도 명예에 사로잡힌 사람,
성적 욕구에 사로잡힌 사람,
이기심에 사로잡힌 사람 등등 우리는 그 어떤 것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므로 ‘사람 낚는 어부’란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랑의 그물에 사로잡히도록 이끄는 이를 뜻한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던 시몬 베드로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해도 그 열매를 맺지 못하고
누군가를 용서하려고 밤새 애썼지만 그 어떤 성과도 건지지 못한
우리의 비천하고 부족한 모습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라.
내가 너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계절이 바뀌듯 사람도 바뀐다.
나무가 성장하듯 사람도 성장한다.
이렇게 성숙한 모습으로 바뀌려면 어떤 형태로든 그분 ‘부르심’을 체험해야 할 게다.
그리고 베드로처럼 따라야 하리라.
고난과 저항이 있더라도 ‘따라가야’ 한다.
이것이 그분께서 일러주는 복음의 교훈이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베드로에게는 순간 부질없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다시 그물을 내렸다.
자신의 뜻을 고집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러나 그는 스승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자신의 뜻을 꺾었다. 
 

베드로는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랐더니 많은 물고기가 잡힌 기적의 은총을 체험했다.
예수님의 권능을 지켜본 베드로는
그분께서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깨닫고 주님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비로소 고백한다.
 

자신이 그분 앞에 설 수 없는 비천한 죄인이라는 이 베드로의 이 고백이
신앙의 해에 드리는 우리들의 고백이기도 하다.
텅 빈 성전 감실 앞에서 피눈물 쏟으며 양팔 기도로 죄인임을 고백한 적이 있는가?
펑펑 휘날리는 눈바람 속에서 묵주기도를 드리면
십자가의 길을 하염없이 걸어 본 사람만이 주님의 진정한 제자가 될 수 있을 게다.
그 눈 속에서 비 오듯 쏟아지는 회개의 눈물을 마시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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