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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0일 ^주일 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10 조회수471 추천수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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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주일 설 - 루카 12,35-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사랑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 준비>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설입니다. 우리만 그런가, 봤더니 우리보다 더 설을 챙기는 국민들도 있더군요. 이웃나라 중국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땅덩이가 좁아 아무리 멀어봐야 7시간 8시간이면 고향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워낙 넓다보니 오기가 고향인 사람은 고향 집에 도착하려면 2박 3일이 걸리기도 한답니다. 어떤 부부는 고향가는 차표를 끊지 못해 오토바이에 가득 선물보따리를 싣고, 거기다 아이까지 끼워 태우고 15시간을 달려 도착했다고 자랑합니다.

 

    부모형제와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이 얼어붙은 수천수만리 귀향길도 녹여버리는군요. 짧은 연휴로 인해 ‘설설 기는’ 귀향길이지만 안전하게 도착해서 ‘설설 끓는’ 고향집 아랫목의 행복을 만끽하길 바랍니다.

 

    설을 맞아 조상들을 위한 연미사를 올릴 때 마다 읽게 되는 복음은 ‘충실한 종’의 비유입니다. 주인이 돌아왔을 때 종이란 사람이 술에 잔뜩 취해 쿨쿨 자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종이란 사람이 주인이 돌아왔는데 쿨쿨 자고 있다가 문을 마구 두드려야 마지못해 일어납니다. 머리는 봉두난발입니다. 옷차림은 속옷 바람입니다. 그런 종의 모습을 본 주인의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종은 주인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힘과 능력이 주인을 향해 초점이 맞춰져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주인을 위해 온전히 내어놓아야 할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자세는 어떠해야할까요? 예수님께서 명확히 종이 지녀야 할 태도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허리에는 띠를 매어라. 손에는 등불을 들고 있어라. 주인이 돌아오면 즉시 문을 열어줄 수 있도록 문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이어서 비유의 결론으로 준비되고 충실한 종의 태도를 ‘마지막 때’ ‘주님의 날’에 그대로 적용할 것을 권고하십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언젠가 형제들과 야외로 소풍갔을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잘 준비하겠지,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대표되는 형제에게 살짝 부탁을 했습니다. “워낙 숫자가 많으니 가서 점심해먹을 도구들 잘 챙겨라. 필요하면 리스트도 좀 만들어서 차질 없게 잘 준비해야 된다.”

 

    대답은 시원시원했습니다. “예! 신부님,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완벽하게 준비해가겠습니다!” 그러나 웬걸, 막상 소풍 장소에 도착해서 잘 놀다가 라면을 끓여먹으려고 보니 정말 웃겼습니다. 휴대용 가스렌지며, 수저며 식기, 라면, 찬밥, 김치 다 잘 챙겨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냄비를 안 가져온 것입니다. ㅋㅋㅋ 그날 저희는 점심으로 생 라면 하나씩 깨뜨려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해 정성을 표한다는 것입니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해 예의를 갖춘다는 것입니다. 잘 준비한다는 것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그분을 위해 뭔가 잘 준비할 것입니다. 그분을 위해 최대한의 정성을 드리고 예의를 갖출 것입니다. 그분을 만나러 주일 미사에 갈 때는 가장 깨끗한 A급 정장을 입고 갈 것입니다. 봉헌금을 낼 때에도 순간적으로 지갑에서 꺼내 성의 없이 봉헌 바구니를 향해 던지는 것이 아니라 깨끗한 돈으로 정성을 다해 바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완벽함을 바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양한 한계와 결핍 속에서도 하느님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여삐 여기실 것입니다.

 

    언젠가, 머지않아 직면하게 될 하느님의 현존 앞에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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