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18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레위19,1-3.11-18 마태25,31-46

공동체적 사랑의 수행

사순절은 공동체적 사랑의 수행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기간입니다.

공동체가 함께 사랑의 공동수행으로 공동체는 물론

개인의 내적 대청소를 실시하여 모두 안팎으로 깨끗이 하는 시기입니다.

오늘 복음은 부활시기를 제외한 평일에 있게 되는 장례미사 때 읽는

복음입니다.

길어서 많이 다른 복음으로 대치하지만

이 복음을 택한 까닭을 묵상 중 깨닫게 됩니다.

죽은 이를 위한 복음이기보다는

장례미사에 참석한 공동체 회중이 듣고 깨달으라는 의도입니다.

죽음과 더불어 있을

최후심판을 잘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경각심을 주기위한 복음입니다.

사순시기에 관한 분도 규칙도

사순시기가 공동수행의 시기임을 명백히 천명합니다.

‘모든 이들은 (평소 소홀히 했던 바를)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우리 역시 매일의 공동미사전례의 강론을 통해

공동체적 사랑의 수행에 항구하도록 격려를 받습니다.

오늘 모세도 이스라엘 온 공동체에게 사랑의 구체적 실천지침을 주십니다.


독서를 듣는 순간 ‘안 된다.’ 라는 말마디가 유난히 많이 들렸습니다.

- 너희는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된다.

  속여서는 안 된다.

  동족끼리 사기해서는 안 된다.…-

무려 15회나 나왔습니다.

새삼 공동생활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든 일인지 깨닫습니다.

함께 살기위해 지킬 일이 정말 많습니다.

특별히 잘 해주는 사랑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지 않는,

기본 관계에 충실한 윤리적 행위가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잘 해주려고 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여

짐이나 피해, 상처가 되지 않게 함이 사랑이라는 것이지요.

긍정적인 말은 딱 3회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너희는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느님을 경외하여 하느님의 거룩함을 본받을 때

저절로 이웃 사랑의 실천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평범한 기본적인 관계에 충실함이 바로 이웃 사랑이요

이런 사랑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하느님의 거룩함입니다.

거룩함과 사랑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실재의 양면임을 깨닫습니다.

무려 네 차례나 사이사이 이웃 관계에 충실할 것을 명령한 다음

‘나는 주님이다.’

확실히 못 박아 주님의 의도를 마음 깊이 각인시킵니다.

오늘 복음의 최후심판의 잣대가 아주 단순명료합니다.

곤궁 중에 있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 사랑이 그 심판 잣대라는 것입니다.

새삼 사랑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요

추상적 명사가 아닌 동사임을 깨닫습니다.

머리와 가슴의 사랑은 손과 발의 몸의 사랑으로 실천될 때

비로소 사랑의 완성이라는 것입니다.

“내 아버지께 복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 들였다.

  또 내가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

복 받은 의인들에 대한 구원선언에 이어

즉시 ‘주님, 저희가 언제…’반문하는 이들에 대한 주님의 명쾌한 답변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주님은 곤궁 중에 있는 모든 가련한 이들을 ‘내 형제들’이라 부르며

자신과 동일시하십니다.

하늘 위 높이에서 만나는 주님이 아니라 곤궁 중에 있는 가련한

주님의 형제들을 통해 주님을 만난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바로 이게 건강한 신비주의입니다.

미사 중 모시는 주님의 몸인 성체뿐 아니라

곤궁 중에 있는 가련한 형제들 하나하나가 주님의 살아있는 성체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눈을 열어 주시어

성체 안에, 또 형제들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을 깨달아 알게 하시어

사랑 수행에 항구하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