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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9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19 조회수739 추천수1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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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마태 6,7-15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기도에 대해 가르치시면서 “기도할 때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고 강조하십니다. ‘빈말’이란 어떤 말입니까? 마음에도 없는 말, 실현할 의지가 조금도 없는 말을 빈말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대표적인 빈말은 아마도 이런 말들이겠지요. “언제 밥 한번 먹자.” 신앙인들 사이에서는 “제가 기도할게요.”

 

    하루 온 종일 머릿속은 세상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면서, 하느님께 할애하는 시간은 쥐꼬리만 하면서, 하느님 현존에 대한 의식은 단 1분도 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내 생애의 모든 것이신 주님!”이라고 외친다면 ‘빈말’뿐인 기도가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고 하신 말씀은 삶이 따라주지 않는 기도, 기도와 삶이 별개인 기도생활을 경계하라고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기도는 진심이 담긴 기도, 진정성이 있는 기도, 혼신의 힘을 다한 기도, 기도와 삶이 일치하는 기도임이 분명합니다.

 

    돈보스코 성인과 함께 살레시오 수녀회를 공동 창립한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 성녀가 남긴 기도와 관련된 일화는 기도가 부족한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한번은 한 자매가 당시 원장이었던 마자렐로 수녀님께 이렇게 물었답니다. “수녀님, 지금 몇 시예요?” 그랬더니 마자렐로 수녀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답니다. “지금은 하느님을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마자렐로 수녀님께서 꽤나 슬픈 표정을 짓고 계셨답니다. 수녀님의 그런 모습에 걱정이 된 다른 수녀님께서 왜 그러시냐고 여쭈었습니다. 그랬더니 마자렐로 수녀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답니다. “이걸 어떡하죠? 제가 15분 동안이나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런 수녀님이야말로 “나의 주님, 내 생애의 모든 것이신 주님!”이라고 힘주어 기도할만하신 분입니다.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기도는 정녕 진심어린 기도, 진정성이 있는 기도, 참 기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살아가셨던 시대 당시 고대 근동 지방에서 이방인들이 드리던 기도는 정말 요란했습니다. 기도를 주관하는 지도자는 큰 목소리로 줄줄이 수많은 잡신들의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불려나온 신들에게 때로 사정사정한다든지 때로 강요하고 압박을 가해서 억지로라도 청을 들어주게 하는 식의 기도였습니다.

 

    가만히 따져보니 그들의 기도는 우리나라에서 무당들이 벌이는 굿판과 방식이 유사했습니다. 얼마나 억지스럽고 기괴하고 부자연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러한 이방인들의 기도 습관은 자연스럽게 유다 사회 안으로 스며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말잔치뿐인 기도, 정말이지 납득하기 힘든 어색한 기도 앞에 기가 차지도 않았던 예수님이셨기에 올바른 기도가 어떤 기도인지 자상하게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우리가 잘 되기만을 간절히 염원하시는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모든 희망, 우리의 모둔 근심걱정, 우리가 매일 지고 가고 있는 고통과 십자가를 환희 들여다보고 계시는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좋은 길, 결국 구원과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시고자 애를 쓰시는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하느님이 계시는데 줄줄이 잡신의 이름을 불러낼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하느님이 계시는 데 수 백가지 걱정에 시달릴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좋으신 주님의 손길에 우리 인생 전체를 온전히 맡기는 일, 그분 사랑과 자비의 손길에 우리 삶 전체를 봉헌하는 일이야말로 참된 기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드릴 기도는 주님 의지에 우리 전체를 맡기는 일입니다. 그 겸손했던 샤를르 드 후꼬처럼 말입니다.

 

    아버지

    이 몸을 당신께 바치오니,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저를 어떻게 하시든지 감사드릴 뿐.

 

    저는 무엇이나 준비되어 있고,

    무엇이나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저와 모든 피조물에게

    이루어진다면, 이 밖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내 영혼을 당신 손에 도로 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하옵기에

    이 마음의 사랑을 다하여,

    하느님께 영혼을 바치옵니다.

 

    당신은 나의 아버지시기에 끝없이 믿으며

    남김없이 이 몸을 드리고

    당신 손에 맡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저의 사랑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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