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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 장본인이/신앙의해[94]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1 조회수333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터키] 코니아 이코니온 성 바오로 성당 외부

중세 때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한 수도자가 성체 조배 차례가 되어 성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앞 조의 수사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화가 난 수사는 감실을 향해 큰 소리로
‘주님, 제대 앞에서 자고 있는 이 형제를 용서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감실에서 ‘좀, 조용히 해라. 나까지 깨우는구나.
나도 자고 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단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그도 하고 싶어 하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그도 하기 싫어할 게다.
그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배려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리라.
가끔 지하철을 탈 때 자리 때문에 다투는 모습을 본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그도 나에게 그렇게 할게다.
배려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세상 살맛나게 해 준다.
오늘 만날 사람에게 어떻게 행복하게 해 주겠는가? 
 

하느님께서는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계시기에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신다.
따라서 그분께 드리는 청원 기도를 그분께 내어 맡기는 기도로 바꾸어 보자.
부탁하는 기도보다 그분 뜻대로 해 주십사고 드리는 기도는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을 더 해 주리라.
기도가 매번 어렵고 힘든 이유는 뜬금없이 달라고만 하기 때문일 게다.
그분께 의탁하며 드리는 그 기도는 기쁘기가 그지없지 않을까?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을 얼마나 더 많이 주시겠느냐?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7-12)’
 

예수님께서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라고 말씀하신다.
동양 고전인 ‘논어’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 있다.
어느 날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을 한마디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공자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라고 대답했단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기를 내 마음을 헤아리듯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황금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근본적이며 포괄적인 계율이라 할 게다.

성숙한 기도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라는 것을
‘주님께서 너희에게 해 주시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가 주님께 해 드려라.’라고
바꾸면 될 게다.
참된 기도는 이렇게 주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바라시는지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리라.

부모님은 어떤 상황에도 자식을 좋게만 보신다.
사랑스럽기 때문일 게다.
그렇지만 그걸 아는 자녀는 많지 않다.
대개는 또 간섭한다고 생각하기에.
그 잔소린 이제 지쳤다는 눈치다.

그렇지만 우리 주님은 늘 좋게만 보신다.
그래서 언제나 좋은 것을 주시려 하실 것이다.
우리의 진정한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그러기에 우리는 그분께 다시 또다시 언제나 그렇게 기도드리며
그분 ‘문을 두드리는 삶’을 시작해야 한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하느님의 진정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 그분을 다시금 일깨운다.
하느님께서 어떠한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지를 잘 보여 준다.
그분께서는 당신 자녀들이 잘되기만을 바라시며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다.
아무리 미천한 부모라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한이 없는데,
하물며 사랑 그 자체이신 그분이야 오죽할리가!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자.
이 사순의 시기만이라도 발 벗고 그래보자.
우리 주위에는 하느님에게서 버림을 받았다거나
그분이 되레 고통만 안겨 주실 뿐 돌보아 주지 않으신다는 사람이 참 많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이러한 이웃에게
그분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의 손길이 되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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