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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2일 금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2 조회수738 추천수1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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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금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 마태 16,13-19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비록 흔들리는 우리지만>

 

 

    그간 갈릴래아 호숫가를 배경으로 활기찬 사목활동을 펼쳐 오신 예수님과 제자들은 이제 사람들을 떠나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이스라엘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람들을 피해 꽤나 멀리 올라온 것입니다.

 

    요르단 강 상류, 헤르몬산 아래 한적한 이곳 카이사리아 필리피에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해 결정적인 질문 한 가지를 던집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이 말은 “세상 사람들이 나의 정체성, 나의 신원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것 같은데, 너희들이 혹시 들은 말이 있느냐?”라는 말입니다.

 

    예수님의 물음에 제자들은 다들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들, 차마 예수님께 직접 말씀드리기 송구했던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사실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큰 논란거리였습니다. 그는 깡촌 나자렛 출신 사람이라는 것, 그의 부모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는 목수였다는 것, 그는 우리와 별반 다른 것이 없던 사람이라는 것...

 

    그러나 공생활을 시작하신 후에 확 바뀐 면모 앞에 사람들은 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설교말씀은 이전의 그 어떤 명설교가보다 힘차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오랜 불치병을 말씀 한마디로 고쳐주는가 하면 죽은 사람조차 소생시켜주었습니다.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행할 뿐 아니라 마귀도 척척 몰아냈습니다.

 

    이런 예수님을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오시기로 한 메시아가 틀림없어. 아냐, 이런 메시아께서 이런 깡촌에서 출신일수는 없어. 그럼 그분이 행하신 기적과 치유활동은 어떡하고? 메시아 아니라면 그게 가능한 일이냐구? 아냐, 그래도 메시아는 아닐거야. 혹시 세례자 요한이 되살아난 것은 아닐까?...

 

    드디어 예수님은 시선이 제자들 한명 한명을 훑어지나갑니다. 이윽고 제자들을 향해 묻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비록 간단한 질문이지만 예수님의 이 질문은 꽤나 큰 부담을 주는 질문입니다. 전 존재를 걸고 대답해야하는 무거운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응답자의 신원이 결정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응답하는 사람이 “세례자 요한이요!”라고 했다면, 그는 아직 참다운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예언자 가운데 한분이요!”라고 응답하면 아직 그는 구약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시몬 베드로의 대답에는 의구심이나 주저함이 조금도 없습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 갖고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수시로 흔들리는 베드로였습니다. 숱한 인간적 결핍을 지니고 살아왔던 베드로였습니다. 때로 과격했습니다. 때로 소심했습니다. 상처도 많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몰랐습니다. 때로 너무 앞서나가다가 예수님으로부터 호되게 야단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수많은 인간적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신원에 대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스승님 안에 하느님의 신성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 안에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을 굳게 믿었습니다. 자신의 눈앞에 서 계신 스승님이 곧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흔들리는 베드로, 심약한 베드로였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진리, 예수님은 곧 이 땅에 강생하신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었던 베드로였기에 예수님께서는 그 위에 당신의 교회를 건설하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오늘 우리 역시 이런 저런 풍파에 시달리며 다양한 결핍 속에 살아가지만 지속적으로 예수님을 그리스도, 곧 메시아 하느님으로 고백함을 통해 또 다른 베드로, 또 다른 반석, 또 다른 교회로 세상 앞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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