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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분 뜻에 따라/신앙의 해[9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4 조회수344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터키] 카파도키아 파샤바의 버섯바위

예수님은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만 따로 데리고
산으로 오르시어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하신다.
그분의 모습은 부활 이후 당신의 영광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때 구름 속에서 예수님이 바로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제자들은 예수님의 신분을 확인한다.
그렇지만 제자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었다.
그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신 게
분명 두렵게 하시려는 뜻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이 변모의 깜찍한 쇼는 진정한 부활은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에 가르치고자 한 것일 게다.
이제 얼마 뒤에 그들은 스승을 잃고는
그분께서 걸으신 그 십자가의 길을 그들이 걸어야 할 운명에 놓일 것이리라.
분명 그때에 나약한 그들은
그 십자가의 길에서 좌절감을 느끼고 중도에 포기하려는 유혹에도 빠질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미리 보여 주심으로써 그들이 믿음과 희망으로 자신들의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시려는 것이었다.
실로 제자들에 대한 당신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신지 잘 느낄 수 있다.
 

‘이 말씀을 하시고 여드레쯤 되었을 때,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셨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모세와 엘리야였다.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루카 9,28-31)’
 

산으로 올라간 세 제자는 실로 엄청난 체험을 한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눈부시게 변화되시면서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목격한다.
이는 예수님께서 율법과 예언서에 약속된
바로 그 메시아이시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조상들과 맺으신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은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그들에게 더 이상의 다른 증거와 표징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 빛나지 않을지라도, 나는 태양이 있음을 믿습니다.
사랑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을지라도, 나는 사랑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침묵 속에 계시더라도, 나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쾰른의 어느 어둡고 습한 지하 동굴에 누군가가 새긴 글이다.
먹구름 뒤에 찬란한 태양이 있음을 믿듯이 전쟁의 어둠과 절망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것을 믿는다는 아름다운 고백이다.

예수님이 산에서 제자들에게 보인 당신의 눈부신 영광스러운 참 모습도
그 때가 아닌 그다음의 그 어느 때일 것이다.
먹구름 너머에 그토록 찬란한 태양이 비추이듯,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그 너머에 부활의 찬란한 영광이 있음을 잠시 보여 주신 사건일 게다.
쾰른의 어느 어둡고 습한 지하 동굴에 누군가가 본 그 영광의 모습일 게다.

우리에게도 그러한 체험은 지나온 길 곳곳에 널려있었다.
인생에서 포기하지 말라고 그분께서 개입하신 ‘사건들’이 무수히 깔렸다.
그것을 찾아내어 묵상하라는 것이 그분에 세 제자에게 보여준 교훈일 게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얼마나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게 분명히 있다.
지나온 자취에 스민 게 우연히 마무리된 게 아니다.
다 은총의 개입이 있었다.
우리에게만 드러내신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였던 것이다.

이렇게 그분의 은총은 예고 없이 왔고 또 올 게다.
주님께서는 아버지이시기에 필요하다 여기시면 언제든 오셔서 주신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올 사순 시기에도
우리가 겪는 사건마다 은총의 개입은 분명히 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분의 뜻을 먼저 헤아려 봐야 한다.
그분 뜻이 담긴 사순을 보낼 때에
그분의 영광스러운 변모의 은총은 우리 곁에 늘 함께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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