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2-27 조회수298 추천수1 반대(0)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서 첫날을 보냈습니다. 아침 닭 우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안식년을 신청했는데 교구장님께서는 제게 수련장에서 일을 하도록 하셨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교구장님께 잘못한 것이 있어서 수련장으로 왔느냐!’ 사실 수련장은 청소년국 소속이고 청소년국의 국장신부님은 저의 동창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수련장의 임무는 저의 후배 사제들이 담당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푹 쉴 수 있어서 좋겠다.’ 사실 이곳은 앞에는 개울이 있고, 뒤에는 산이 있습니다. 넓고 아늑한 공간이 있고, 전망도 좋습니다. 물론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은 덤입니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기도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도 기쁜 일입니다. 예전에 지금은 의정부 교구인 파주의 적성 성당에서 지냈던 경험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살 때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음도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나는 나의 경험과 능력에 못 미치는 임지에 왔는가! 아니면 물 좋고 산 좋은 곳에서 푹 쉴 수 있는 임지에 왔는가!

수도자들은 전에 했던 소임, 능력이나 경험을 가지고 소임을 정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수녀님은 관구장을 했었지만 다시 본당 수녀의 소임을 기쁘게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보육원에서도 소임을 하셨습니다. 능력과 재능 그리고 연륜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분에게 맡겨진 어떠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우셨습니다. 제가 아는 또 다른 수녀님은 노인 수녀님들을 위해 주방을 돌보는 일도 기쁘게 하셨습니다.

가끔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신부님 영전하셨습니다.’ 대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규모가 큰 본당으로 가게 되는 경우입니다. 아니면 조직이 큰 단체를 맡게 되는 경우입니다. 일반 사회라면 ‘영전’이라는 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제의 직책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구상 선생님께서 쓰신 ‘꽃자리’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시방 네가 가시방석 같이 생각하는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이다.’ 조롱과 멸시를 받는 자리라 해도, 고난과 역경이 있는 자리라 해도,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자리라 해도, 보람과 가치가 있는 자리라 해도 그 자리를 주님께서 주신 사명이라 생각한다면 바로 꽃자리가 될 것입니다.

다만 어떤 일을 할지라도 꼭 잊지 말아야 할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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