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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성탄 시기 전례와 의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22 조회수7,139 추천수0

[성탄 특집] 성탄 시기 전례와 의미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무한한 사랑에 응답해야”

 

 

성탄은 무한하신 하느님이 죄 많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어,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신 강생의 신비를 담고 있다. 사진은 미국 수잔 로디의 조각작품 ‘그리스도의 탄생’. CNS 자료사진.

 

 

부활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섭리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건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외아드님을 십자가의 희생 제물로 내어주시면서까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셨다. 그 위대한 파스카 신비를 성취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 강생의 신비를 기념하는 때가 바로 주님 성탄 대축일과 성탄 시기다. 매년 맞이하지만 매번 구원의 섭리를 되새기게 하는 주님 성탄 대축일과 성탄 시기의 유래와 의미, 전례,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주님 성탄 대축일의 유래

 

교회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12월 25일로 지낸다.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동방교회와 개신교 교회들이 같은 날 예수의 탄생을 기린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한 구약의 전승이나 성경, 특히 복음서의 어디에서도 정확히 어느 날짜에 예수가 태어났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예수의 정확한 탄생일이나 실제로 교회에서 성탄 의식이 시작된 시기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주장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교회의 기록에 의하면 서방교회에서는 336년 이래 매년 12월 25일에 예수의 거룩한 탄생을 기념해 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무슨 근거로 이 날을 주님 성탄 대축일로 기념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가설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로마인들의 이교적인 축제일을 그리스도교화 했다는 주장이다. 로마에서는 274년, 아우렐리아누스 황제 때부터 태양신을 공경해 신전을 세웠고 그 건립일을 ‘무적의 태양의 탄신일’(Natale Solis Invicti)로 지냈다.

 

예수 탄생의 정확한 전승이나 기록이 없었기 때문에,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당대 시대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을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해야 했다. 이에 따라, 354년 로마의 리베리오 주교는 태양신 신전 건립일을 성탄일로 정하고 그 해의 로마 축일표에 기록했다. 당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아리아니즘 이단에 대항해 성탄 축제를 통해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임을 고백했다. 그리고 5세기에 이르러서는 이날을 주님 성탄 대축일로 공식 선포했다.

 

동방교회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1월 6일)에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들의 경배, 요한 세례자에 의한 예수의 세례 등을 공동으로 기념했다. 하지만 서방교회의 12월 25일 성탄 기념 전통이 동방교회로 퍼져나가 5세기 말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보편화됐다. 유일하게 아르메니아 교회만 지금까지 1월 6일을 성탄일로 지낸다.

 

 

성탄 시기의 전례적 특징

 

성탄 시기는 언제일까? 대부분 대림 시기를 포함해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까지의 기간을 성탄 시기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성탄 시기는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로부터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주일인 주님 세례 축일까지를 의미한다.

 

이 성탄 시기에는, 오늘날 교회뿐만 아니라 세속적으로 비신자들까지 공통적으로 기념하는 다양한 관습과 풍습들이 생겨났다. 니콜라오 성인으로부터 유래하는 산타 클로스로부터 성탄 트리, 아기 예수를 모신 구유, 그리고 캐럴 등이 그것들이다.

 

성탄 시기는 주님 부활과 함께 전례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부활 시기와 마찬가지로 8일 동안 성대하게 전례적으로 기념한다.

 

성탄 시기의 시작인 동시에 팔일 축제의 시작일인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교황청의 전통적 전례에 기원을 두고, 밤미사와 새벽미사, 낮미사 등 3번의 미사를 봉헌한다. 레오 1세 교황 때까지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하는 낮미사만 있었지만 5~6세기경부터 낮미사 외에 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밤미사를 봉헌하기 시작했다. 이어 6세기 중반부터는 교황이 동로마 제국 사람들을 위해 새벽에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했고, 이것이 새벽미사로 자리잡았다.

 

주님 성탄 대축일 이후 교회의 전례력은 팔일 축제로 이어진다. 이 주간에는 그리스도교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성인을 기리는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12월 26일), 사도이자 복음사가인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12월 27일), 헤로데가 베들레헴의 어린 아이들을 학살한 것을 기억하는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성인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또한 성탄 후 첫 주일 또는 성탄이 주일일 경우 12월 30일에 지내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 성탄 시기에 포함되고, 주님 성탄 대축일 후 8일째를 맞는 1월 1일에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기념하면서 팔일 축제를 마무리한다. 팔일 축제에 이어지는 시기에는 ‘주님 공현 대축일’과 ‘주님 세례 축일’을 기념한다.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 시기는 끝나고 연중 시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날 저녁 미사 후 성탄 구유를 치운다.

 

 

성탄과 신앙인

 

성탄은 무한하신 하느님이 죄 많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어,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하신 강생의 신비를 담고 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인간을 향한 무한한 사랑 때문이다.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신앙인들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이러한 하느님의 절대적인 사랑에 응답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주님 성탄의 의미를 ‘이웃과 나누며 베푸는 삶’이라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주신 것은 탐욕하고 독점하는 삶이 아닌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강생의 신비를 품고 있다. 그리고 이 신비는 사랑의 신비와 다름 아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은 우리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세상에 오셨다는 것을 기념하는 기쁨과 감사의 축제이고, 나아가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우리 삶에 구현해야 한다는 촉구이기도 하다.

 

[가톨릭신문, 2019년 12월 25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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