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5 조회수313 추천수5 반대(0)


가끔씩 서울에 갈 일이 생깁니다. 학교의 강의도 있고, 제가 담당하는 ‘복음화 학교’의 미사도 있습니다. 또 청소년국의 사제 모임도 한 달에 한번 있습니다. 서울에 가면 동창 신부님의 성당에서 하루 지내고 올 때가 있습니다. 지나가는 말이지만 때로 그 말 때문에 속이 상할 때가 있습니다. ‘용문이 좋다면서 서울에 이렇게 자주 나오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상했습니다. 일 때문에 오는 것인데, 오고 가며 기름 값도 많이 드는데, 누구는 서울에 오고 싶어서 오나! 머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들어 넘기면 되는 말인데, 제가 속이 좁아서 그렇습니다. 저 또한 제가 한 말 때문에 상대방에게 아픔을 준 적이 많습니다. 예전에 있던 성당에서 저는 그만 실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직원들의 급여 기록에 상여금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을 얼마나 많이 했기에 그렇게 상여금을 받나!’ 상여금은 규정상 있는 것이고, 상여금이 나오는 것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큰 기쁨인데 그만 제가 마음을 상하게 하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정중하게 사과는 했지만 정말 미안했습니다. 큰 다툼은 사소한 말 때문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가하면 작은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 경기에는 ‘퇴장, 실격’이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심판의 권위는 크기 때문에 심판의 판단에 따라서 선수는 퇴장을 당하기도 하고, 실격을 당하기도 합니다. 심판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게임을 정당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퇴장이나 실격’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기고 싶은 욕심에 규칙을 어기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교통 법규에도 ‘음주운전, 중앙선 침범’과 같은 행위는 엄중하게 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물론 타인의 생명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 ‘용서’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형제가 잘못하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대답하셨습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처벌과 제제는 법과 규칙의 문제입니다. 사회는 이와 같은 법과 규칙이 있어야지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서는 양심과 내적인 자유의 문제입니다. 처벌과 제제는 질서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마음의 평화를 주거나, 상처를 치유해 주지는 못합니다. 용서는 마음의 평화를 주기 때문에, 내적인 상처를 치유해 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입니다.

제가 아는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손자를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세상을 비관한 젊은이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였고, 손자는 그 차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젊은이는 처벌을 받아 감옥에 갔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은 손자를 잃어버린 슬픔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자매님은 가족들과 함께 대화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젊은이를 찾아가서 ‘용서’를 해 주기로 했습니다. 용서를 한 후에 가족들은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합니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용서는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나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宗敎란 으뜸가는 가르침이라는 한자입니다. Religion은 엉킨 실타래를 푸는 의미가 있는 영어라고 합니다. 으뜸가는 가르침으로 세상사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이 종교라면 그리하여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 그리하여 참된 구원의 문에 도달 하려면 꼭 是非를 가려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과 규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용서와 사랑으로 해결되는 것을 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갈등과 아픔이 있다면 그것 까지도 놓아버리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따라서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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