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5 사순 제3주간 화요일 다니3,25,34-43 마태18,21-35

내적성장과 성숙

-회개, 용서, 자비-

진정한 내적성장과 성숙은 자비에 있습니다.

외적성장은 멈춰도 내적성장은, 영적성장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내적성장의 표지는 자비입니다.

살아갈수록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회개를 통한 용서요 용서를 통해 하느님을 닮아 자비입니다.

캐나다의 뱅쿠버에서

지극 정성 환대해 주셨던 형제님의 진솔한 고백을 잊지 못합니다.

“아내가 예쁜 것도 미운 것도 아니고

  아내를 열렬히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늘 함께 있어줘 고마울 뿐입니다.

  …아내 없이는 저는 반쪽입니다.

  함께 있을 때도 허전한데 없다면 얼마나 허전하겠는지요.”

하느님 자비에 젖어 살 때 그냥 모두가 고마울 뿐입니다.

즉시 떠오른 것이

류 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입니다.

아내가 곁에 있어도 허전하다는 얘기는

아내가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 얘기입니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는 사랑하는 아내일 수도, 연인일수도, 친구일수도 있지만

그 넘어 하느님을 가리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목말라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자비 없이는, 은총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여 미제레레,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송으로 미사를 시작하는 우리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바칠 기도문 하나를 택한다면 자비송 하나뿐입니다.

‘주님,

 주님의 은총을 저희에게서 거두지 마시어,’

바로 오늘 본기도 중 서두 부분입니다.

‘죽는 게 뭐가 문제인가? 모든 것이 은총이다.’

베르나노스의 시골 신부의 임종어입니다.

‘은총’을 ‘자비’로 바꿔도 그대로 통합니다.

‘주님, 주님의 자비를 저희에게서 거두지 마시어,’

‘죽는 게 뭐가 문제인가? 모든 것이 자비이다.’

하느님 자비의 품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하느님 자비 안에서 하느님 자비를 목말라 하는 역설적 신비의 사람들입니다.

‘집이 있어도 집이 없는’ 홈리스(homeless)의 사람들이요,

‘집에서 집을 그리워하는(homesick at home)’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하느님이 고향집이요

하느님의 자비를 목말라하는 사람들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만 탈렌트 빚을 탕감 받은 이는 우리 모두를 상징합니다.

하느님 자비 안에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깨닫지 못하면

용서도 못하고 무자비하며 인색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깨달아 갈수록 저절로 회개요,

끊임없이 용서하는 자비로운 사람이 됩니다.

삶이 어렵고 힘들수록 자비하신 하느님을 향한 기도는 필수입니다.

불타는 화덕 속에 통회와 찬미의 기도를 통해 몸과 맘,

하나도 다치거나 상하지 않은 아자르야가 기도의 좋은 모범입니다.

기도가 없으면 험하고 거친 세상,

안팎으로 무너지거나 망가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마소서.

  …저희의 죄 때문에,

  저희는 오늘 온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백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저희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을 경외하고 당신의 얼굴을 찾으렵니다.

  저희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 주소서.

  당신의 호의에 따라,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희를 대해 주소서.

  당신의 놀라운 업적에 따라 저희를 구원하시어,

  주님, 당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소서.”

곤경 중에 내 기도로 바쳐도 참 좋은 아자르야의 기도입니다.

이런 회개의 겸손한 기도가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입게 하고, 정화되고 성화되어

자비로운 하느님을 닮게 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풍성한 자비를 베푸시어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