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6 조회수324 추천수5 반대(0)


며칠 전에 미용실엘 다녀왔습니다. 비행기에도 등급이 있듯이 미용실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좋은 곳은 음료수도 주고, 친절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아주 편안하게 해 주는 곳입니다. 물론 그에 따라서 가격은 비싼 편입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좌석을 선택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도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미용실을 선택하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가치 기준에 따라서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용문에서 서울까지 가는 기차표를 예약하였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기차표의 예약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컴퓨터와 인터넷만 연결되면 지정된 날짜에, 원하는 시간의 표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차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6일 오후에 청량리에서 용문으로 오는 표를 예약하려 했는데 원하는 시간의 표는 이미 매진되었습니다. 할 수없이 원하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표를 예매하였습니다. 용문에서 서울까지 기차로는 40분밖에 걸리지 않는 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미용실도 등급에 따라서 이용할 수 있고, 기차도 방에서 편하게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도 인터넷을 이용해서 주문하면 며칠 내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발달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유독 그 발전이 느린 곳이 있습니다. 국민들로부터 많은 세비를 받으면서,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만나면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면면을 보면 배움도 많고, 가진 것도 많고, 경험도 많은 것 같은데 벌써 수십 년째 답답한 모습을 연출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딜까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어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시 ‘칼레’는 영국군에게 포위당했습니다. 칼레는 영국의 거센 공격을 막아내지만, 더 이상 원병을 기대할 수 없어 결국 항복을 하게 됩니다. 후에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하는 칼레시의 항복 사절단이 파견됩니다. 그러나 점령자는 ‘모든 시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누군가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 도시의 대표 6명이 목을 매 처형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칼레시민들은 혼란에 처했고 누가 처형을 당해야 하는지를 논의했습니다. 모두가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칼레시에서 가장 부자인 ‘외스타슈 드 생피에르(Eustache de St Pierre)’가 처형을 자청하였고 이어서 시장, 상인, 법률가 등의 귀족들도 처형에 동참합니다. 그들은 다음날 처형을 받기 위해 교수대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임신한 왕비의 간청을 들은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죽음을 자처했던 시민 여섯 명의 희생정신에 감복하여 살려주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역사가에 의해 기록되고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국민의 의식이 발전할수록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먼저 모범을 보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행동으로 지도층의 자녀들은 먼저 군 복무를 충실하게 합니다. 자신들의 재산을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아낌없이 기부합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것은 자신들의 노력과 능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성서말씀은 신앙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땅에서 살아가게 될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내가 너희에게 실천하라고 가르쳐 주는 규정과 법규들을 잘 들어라. 그래야 너희가 살 수 있고, 주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 그곳을 차지할 것이다. 평생 너희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라. 또한 자자손손에게 그것들을 알려 주어라.”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계명과 규정을 더욱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우리는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기도, 희생, 나눔, 봉사’를 충실하게 실천하여서 하느님 나라에서 큰 사람으로 불릴 수 있도록 해야 갰습니다. 신앙인들은 세상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율법과 계명을 지키고,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생각해 봅니다. 나는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그 미용실의 직원보다 더 성실하게 살고 있는가! 나는 정해진 시간에 기차를 출발시키려고 노력하는 승무원보다 더 충실하게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수행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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