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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겸손하게 용서를 청하는 죄인을/신앙의 해[109]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9 조회수372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이스라엘] 예루살렘 통곡의 벽

명심보감에 ‘음덕’(陰德)과 ‘여경’(餘慶)이란 말이 있다.
음덕은 선행을 베풀되 남모르게 해 덕이 되는 걸 일컫고,
여경은 부모가 음덕을 쌓아 그 복이 자식에게 미치는 것을 가리키는 게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부모가 덕을 많이 가져야
자식이 잘될 것이라는 것을 생활을 통해 터득하고 있었다.
이 선행도 무엇보다도 남모르게 이루어져야 한단다.
‘양덕’(陽德)이 아니라 음덕이란 선행에 대한 보상이,
드러난 것만을 인정하는 게 아닌
숨은 것도 알아보시는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사실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갔단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8,14)’
 

바리사이는 나무랄 데 없는 신앙생활을 하였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해 만족하며 죄인과 다르게 살 수 있었음에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다.
반면, 세리는 언제나 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아,
그러한 자신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고 있다.
그런데 예수님은 바리사이가 아닌 세리가 의롭게 되었다고 말씀하신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바리사이가 의인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리가 의롭게 되었다고 여기시는 걸까?

바리사이는 열심히 살았다.
그의 기도 내용처럼 나무랄 데 없는 신앙인이다.
일주일에 두 번의 단식과 소득의 십일조에 바친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행동일 게다.
그런데도 주님은 세리를 더 칭찬하신다.
그가 겸손하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바리사이는 감사는커녕 자랑만 늘어놓았다.

많이 가지면 자랑하고 싶고 많은 재능도 드러내고 싶을 게다.
또한 자리가 높으면 인정받고 싶어 하리라.
그게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지만 주님은 그 본능에도 불구하고
자랑에 앞서 먼저 ‘감사’에서 우러나오는 겸손을 가르치신다.

불쌍한 세리의 겸손에 비해 바리사이의 넋두리는 속 좁다.
세리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죄와 ‘연관된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주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기도는 ‘주님의 자비’를 청하는 ‘한마디’뿐이다.
‘자신을 낮추었기에’ 은총을 받을 수 있었다.

애절한 기도는 주님도 기억하신다.
우리가 잊더라도 ‘때가 되면’ 들어주신다.
세리는 불쌍히 여겨 달라는 한마디 말만으로도 그분의 은총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자랑만 드러낸 바리사이는 영적으로는 어린아이였다.
그러기에 어린아이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그러나 세리는 어른의 기도를 바쳤다.
그래서 예수님은 세리의 기도를 칭찬하신다.
그가 잘 살았다는 게 아니다.
그의 기도 자세를 칭찬하고 계시는 것이다. 
 

이렇게 기도에도 필요한 자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리사이는 거만한 자세로 자기 자랑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세리의 기도는 ‘자신을 불쌍히 여겨 달라.’라는 한마디뿐이었다.
그 한마디가 하늘에 닿았던 것이다.
많은 말이 주님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낮추며 바치는 겸손의 한마디가 하느님께 전달된 것이다.

우리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필요한 말은 많지 않다.
오히려 남을 속이는 포장을 할 때나 변명과 자랑이 필요한 경우 많은 말을 한다.
기도는 그러한 행위가 아니다.


주님께 바칠 ‘한마디’의 기도를 묵상해 보자.
바리사이는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가 아닌
자신이 얼마나 많은 선행을 하는 가를 자랑하고 있다.
자신의 선행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얼마나 경건한지를 하느님과 이웃에게 과시하고 있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이 바리사이처럼 자신의 덕을 쌓지 못하고
과장된 포장만을 드러내는 죄인으로 살기보다는
겸손하게 자신의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세리를 닮도록 기도드리자.
하느님은 남모르게 이루어지는 선행에 대해서도 티끌하나 버리지 않고 알아보신다.
그분은 자신이 실천한 선행과 덕을 자랑하는 의인보다
겸손하게 용서를 청하는 죄인을 더 기쁘게 받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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