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일/탕자처럼 방황활 때도
작성자원근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9 조회수712 추천수0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일 루카 15,1-3.11ㄴ-32
너의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시작 기도

주님,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회개하기를 포기하지는 말게 하소서.


저희 죄가 간악하고 교활하지만
하느님의 자비가 더 크시기에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간 탕자를 생각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돌아가나이다.

주님, 한없이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지 않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



† [복음생각] : 탕자처럼 방황할 때도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노랫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자주 흥얼대던 '탕자처럼'이란 제목의 복음성가 가락이 떠올랐습니다.

"탕자처럼 방황할 때도 애타게 기다리는 부드러운 주님의 음성이 내 맘을 녹이셨네. 오주님, 나 이제 갑니다. 날 받아 주소서 이제는 주님만 위하여 이 몸을 바치리다."

당신께로 발길을 돌릴 때마다 단 한 번도 내치지 않으셨던 그분은 진정 자비의주님이셨습니다. 당신께 하소연할 때마다 조용히 제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시던 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시던 그분은 진정 연민의 주님이셨습니다. 제가 아무리 못할 짓을 했어도 기다려주셨던 주님, 제가 아무리 거스르는 짓을 했어도 눈감아 주셨던 그분은 진정 인내의 주님이셨습니다.

이런 사랑의 주님을 두고 너무도 자주 한눈을 팔고, 딴 길을 갔었던 지난날들을 다시 한 번 뉘우칩니다. "오주님, 나 이제 갑니다. 날 받아 주소서" 하고 외치면서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작은아들이 보였던 행동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 될 행동, 어처구니없는 행동, 한마디로 막가는 행동이었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사회에서도 '유산'이란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에 고려하는 것이 기본 도리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작은 아들은 아직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몫의 유산을 챙겨 아버지를 떠나갑니다. 이 말은 이제 '당신은 당신, 나는 나'란 말과도 같습니다. 결국 남남이 되었다는 말, 부자간 인연을 끊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작은 아들이 떠나간 후 남은 아버지가 느꼈던 심정은 어떤 심정이었겠습니까? '참담함'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짐'이었겠지요.

완전히 '맛이 간' 작은 아들이었기에 챙겨 온 거금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수중에 땡 전 한 푼 남지 않게 되었을 때야 작은 아들은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자각합니다. 타향에서 알거지가 된 작은 아들은 너무도 배가 고픈 나머지 돼지들이나 먹는 '짬 밥'으로 겨우겨우 연명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악의 상황,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 작은 아들은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아버지의 따뜻한 품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부끄럼을 무릅쓰고 아버지께로 발길을 돌립니다.

회개 과정에서 우리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반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정도(正道)를 걸어야겠다는 굳은 결심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한없이 자비로우신 아버지께로 우리 얼굴을 돌리는 일'입니다. 진정 수치스럽고 면목 없는 일이겠지만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겠다고 결심하는 일이야말로 회개의 가장 본질적 요소입니다.

회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해 얼굴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태초부터 주의 깊게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그분을 향해 우리 얼굴을 돌리는 일입니다. 그분의 자비로운 눈길에 우리 시선을 맞추는 일입니다. 세상으로 향했던 우리 얼굴, 악에 기울었던 우리 마음을 다시 한 번 아버지 쪽으로 돌리는 일이 바로 회개의 핵심입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께로 돌아가고자 했던 일차 목표는 다분히 표면적인 것이었습니다. "여기 그대로 있다가는 굶어 죽는 것은 시간문제이겠구나. 아버지 집에는 먹을 것이 좀 많았던가? 빨리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서 종으로라도 지내면서 우선 이 지긋지긋한 배고픔에서 벗어나자"며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정확하게 구분하자면 이때까지 작은 아들은 회개의 순간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언제 작은 아들의 회개가 시작되었습니까? 집으로 돌아온 자신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제나 저 제나 작은 아들이 돌아올까 목을 쭉 빼고 기다리다가 멀리서 작은 아들이 힘 없이 돌아오는 모습을 확인한 아버지가 맨발로 뛰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둘째 아들은 회개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참된 회개는 우리가 정확한 하느님 모습, 자비 충만한 하느님 아버지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됩니다.

결국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심, 선하심으로 인해 우리는 회개를 시작합니다.

이 은총의 사순시기에,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 가득한 눈길에 우리 시선을 고정시키는 은혜로운 나날 되길 바랍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