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두 유형의 기도와 삶 -바리사이와 세리- 2013.3.9 사순 제3주간 토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9 조회수346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3.3.9 사순 제3주간 토요일 호세5,1-6 루카18,9-14

 

 

 



두 유형의 기도와 삶

 

-바리사이와 세리-

 

 


기도와 삶은 함께 갑니다.

기도를 보면 그가 누구인지 그의 삶은 어떠한지 단박 들어납니다.


바리사이와 세리는 똑같이 ‘오, 하느님!’으로 기도를 시작합니다만

기도 내용은 딴 판입니다.


우리의 기도와 삶을 비춰주는 두 유형의 기도입니다.


잠시 ‘한계’에 관한 몇 가지 예화를 나눕니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어제 어느 자매의 말에 오버랩 되어 떠오른

캐나다에서 저를 지극정성 환대했던 형제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자식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도뿐이요.”

 


자녀를 위해 신신당부 기도를 부탁하는 형제님이었습니다.

무력감의 토로이자 무능의 토로요, 바로 한계의 고백입니다.


며칠 전 서거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임종 전

마지막 남긴 말도 생각납니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제발 나를 죽지 않게 해줘.”

 


마지막 한계의 죽음 앞에는 말문을 잃습니다.

한계는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한계를 깨달아갈수록 가난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겸손해 집니다.

주님을 향해 더욱 자기를 열게 되고 자비로워집니다.


바로 세리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활짝 자기를 열고 가난에서 나온 주님께 바치는 겸손한 기도입니다.

삶이 진실하고 간절하고 절실하면 기도도 군더더기가 없어 짧고 단순합니다.


바로 매일 미사 시작과 더불어 바치는 자비송은

여기 세리의 기도에서 유래합니다.

세리처럼 자기를 활짝 열고 가난과 겸손한 마음으로 미사를 봉헌할 때

호세아 예언서와 같은 축복입니다.

 


“주님께 돌아가자.

  …주님을 알자.

  주님을 알도록 힘쓰자.

  그분의 오심은 새벽처럼 어김없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비처럼,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신다.”

 


바리사이와 같은 이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이자

세리와 같은 이들을 향한 축복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새벽처럼 어김없이 이 새벽미사를 통해

세리와 같이 마음을 비운 우리에게 오시어

굳은 마음을 봄비 같은 은총으로 촉촉이 적셔주십니다.

 


세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바리사이의 기도입니다.


세리가 주님을 향해 활짝 열린 ‘주님 중심’의 가난하고 겸손한 기도라면

바리사이의 기도는 명색만 기도이지 자기로 가득한 독백의 자랑입니다.


꼿꼿이 서서 독백을 늘어놓는 자신만만한 하나마나한 기도입니다.


기도는 대화인데 도대체 하느님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하느님이 도와주시고 싶어도 도와주실 길이 없습니다.

 


자기의 한계를 통절히 깨달은 세리와는 달리

자기의 한계를 전혀 깨닫지 못한 바리사이,

죄라 할지 병이라 할지 구분이 안 됩니다.

 


참 어려운 회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도취, 자기만족의 기도에다
불쌍한 죄인들을 판단하는 무자비한 기도입니다.

완전히 자기에 갇힌 뭔가 몰라도 한참 모르는 참 구제불능의 사람 같습니다.

이 또한 우리 모두의 가능성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외관상 훌륭한 신자 같지만

하느님은 외관이 아닌 부서지고 낮추어진 마음을 보십니다.


주님이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신의와 자비요,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였음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바로 이런 바이사이와 같은 이들에 대한 주님의 탄식입니다.

 


“내가 너를 어찌하면 좋겠느냐?

  너희의 신의는 아침 구름 같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이슬 같다.”

 


우리의 한계와 약함은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가난하고 겸손한 활짝 열린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갈 때 주님은 축복으로 그 빈 마음을 가득 채워주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세리와 같이 가난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당신 자비를 청하는 우리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