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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자유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9 조회수528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사순 제4주일


< 너의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


복음: 루카 15,1-3.11ㄴ-32






돌아온 탕자


 렘브란트(Rembrandt) 작, (1669),  상트 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쥐 미술관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자유 >

           천국은 죄가 없는 곳입니다. 죄를 짓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죄를 짓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떤 분들은 죄는 우리에게 자유가 있어서 짓는 것이기에, 천국에서는 자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즉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죄를 짓게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와를 유혹했던 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안의 뱀이 없어진다는 말은 선택권이 없어진다는 말인데 하느님이 인간을 사랑하셔서 주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유입니다. 내 안의 뱀은 절대 죽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지옥이 자유가 없는 곳이고, 천국은 자유가 완전해지는 곳입니다.

 

이번 주에 어머니와 찜질방에 갔습니다. 함께 처음으로 들어간 곳이 들어갈 때부터 숨이 막히는 한증막입니다. 들어가자마자 땀이 나왔습니다. 제가 나가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누가 더 늦게 나가나 시합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저도 자존심이 발동을 하였습니다.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끝까지 참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어머니께서 먼저 난 당뇨가 있어서...”라고 하시며 슬그머니 나가셨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 나가고 싶으면서도 나가지 못하는 곳이 지옥이구나!’였습니다. 자존심이란 놈이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는 자유를 빼앗은 것입니다.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인데, 지옥은 자신의 자아에게 자유를 완전히 빼앗겨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인 것입니다. 그러나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그곳이 천국입니다. 결국 자유가 있기에 지옥도 생기고 천국도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자존심이 너무 강하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서 한증막에 갇혀 고통을 영원히 당해야 한다면 그 곳이 바로 지옥인 것입니다.

유다가 예수님까지 팔아먹었다고 해서 완전한 자유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아와 세상의 힘에 굴복당해 자유를 잃고 살았던 사람입니다. 나중에 자기를 이용했던 사람들에게 돈을 집어던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성모님 앞에서 무릎 꿇고 죄의 용서를 빌 수 있는 자유는 없었던 사람인 것입니다. 고해성사를 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데 자존심 때문에, 두렵고 창피해서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면 유다와 같은 처지에 있는 것이고 자유를 빼앗겨 지옥에 가까이 와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잘 아는 탕자의 비유입니다. 사실 제목이 잘못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탕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자비의 아버지도 아닙니다. 바로 아버지와 동생을 받아들일 수 없는 형입니다.

오늘 비유를 들어주신 이유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리는 예수님을 못마땅해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동생보다 더 자유롭지 못한 큰 형과 같은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에게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권고하시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과 제 나름대로는 가장 일치하는 영화가 있다면 저는 전도연씨 주연의 밀양을 꼽겠습니다.

밀양의 이신애는 오늘의 맏아들을 보여줍니다. 즉 자아에 묶여서 자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에게는 애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밀양이라는 시골에 와서까지 남들에게 꿀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과시하고 돈이 많은 것처럼, 땅에 투자하겠다는 식으로 계속 떠들고 다닙니다. 여기서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 자신의 열등감을 돈으로 치장하는 자아가 강한 여자임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솔직할 수 있는 자유를 잃은 것입니다.

신애가 노래방에서 놀다가 늦게 들어간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유괴범이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돈을 달라고 전화를 합니다. 온갖 있는 척을 다 했지만 신애의 통장엔 870만 원 정도 뿐이었고, 유괴범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었던 신애는 싸늘한 아들의 시체를 보아야 했습니다.

신애는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범인을 용서하겠다고 결심하고, 범인을 찾아갑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힘겹게 주님의 사랑으로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는 신애 앞에서 범인은 너무나 평안한 모습으로 대답합니다.

주님께서 저를 용서하셨습니다.”

주님이 자신을 용서해주셔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하는 범인 때문에 신애는 분노하고 화를 참지 못하고 실신합니다.

이 모습이 오늘 복음의 큰 아들의 모습입니다. 죄만 짓고 돌아온 놈도 싫지만, 일만 죽도록 한 자신보다 실컷 죄만 지은 죄인을 단숨에 받아주는 하느님이 더 싫은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회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바로 지옥이고 자유를 빼앗겼다는 뜻입니다.

그리고는 그런 고통이 너무도 커서 자살을 시도하게 되고, 이 모습은 유다와 너무도 닮은 모습입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죽음을 제일 두려워합니다. 신애도 손목을 긋고는 죽음이 다다르자 죽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살려달라며 거리로 나갑니다. 한증막에서 자존심이란 것이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바로 자유를 빼앗긴 지옥인 것입니다.

 

저도 키가 작은 열등감 때문에 키 큰 여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또 사귀게 되면 키가 큰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또 좋아하면 이내 키 작은 사람을 찾게 되었던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게 되는 것은 자유를 빼앗겼다는 것인데, 사실 열등감도 교만입니다.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처와 열등감과 같은 트라우마가 새겨지는 곳이 내 자아입니다. 이 자아가 나의 자유를 빼앗고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EBS 다큐 프라임에서 했던 모성쇼크에서 부모에게 받은 대로 하게 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한 엄마는 아들이 미워죽을 지경입니다. 머리를 쥐어박고 소리 지르고 무시해버립니다. 그러나 자식에게 이러는 자신이 더 밉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의 어머니가 오래 전에 그녀의 오빠만 좋아하고 자신은 구박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도 오빠도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고, 아들에게서 오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게 바로 지옥에 사는 것입니다.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한 어머니는 자신이 어렸을 때 자신의 어머니에게 네가 너무 울어서 네 동생이 장애아로 태어났다.”는 말에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자신의 자녀가 우는 것을 보아주지 못합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내 안에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을 청산해야 합니다. 맏아들도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영광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라는 자존심을 혹은 자아를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해성사를 볼 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죄를 입으로 고백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자신의 자아가 죽어서 죄를 용서받기도 이전에 이미 자유로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순교복자 수도원의 창립정신은 면형무아(麵形無我)”입니다. 즉 예수님이 빵의 형태가 되시기 위해서(麵形) 자아를 없애셨듯이(無我), 우리도 세상에 생명의 빵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나를 구속하는 것은 내 안의 상처, 혹은 내 자아 안에 새겨진 상처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자아를 부서 버려 면형무아가 되지 않으면 영원히 그 트라우마 때문에 자유로운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됩니다. 그 상처를 긁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아가 강하면 상처는 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받을 수 있는 놈을 없애는 것이 상책입니다.

저는 저 자신을 마구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의 주인을 예수, 마리아, 요셉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저의 자아는 그 마구간의 동물들과 같습니다. 새로운 주인에게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합니다. 이것이 참 성전이 되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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