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13 조회수326 추천수2 반대(0)


저의 부친께서는 일제 시대에 사범학교를 나오셨을 정도로 똑똑하셨고, 사물의 겉모습을 보기 보다는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를 보실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2년 전에 이맘때 후두암으로 투병을 하시다가 아주 좋은 계절 5월 5일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저는 아버님의 강직함, 판단력,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을 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아버님의 인품보다는 아버님의 체질을 많이 닮았습니다. 아버님은 혈압이 200을 넘을 정도로 고혈압이셨고, 일찍부터 ‘틀니’를 쓰셔야 했고, 40대에 이미 백발이 되셨습니다. 저 역시도 사제가 된 후에 혈압이 190이 될 정도였고, 잇몸이 좋지를 않아서 갈비와 같은 음식을 먹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40이 될 무렵부터는 염색을 하지 않으면 백발이 되어서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일정도입니다.

반면에 모친께서는 아직도 치아가 좋으시고, 혈압도 없으셨고, 연세가 드셨어도 염색을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어머니의 성격은 온화하시고, 정이 많으신데 그 점은 제가 조금 닮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체질과 아버님의 인품을 닮았으면 좋겠는데 그 반대가 된 것 같습니다. 50대가 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아버님의 체질을 닮았기에 늘 건강에 신경을 썼고 그래서 혈압도 좋아졌고, 아직까지 상한 이는 없으며, 염색은 하지만 조금 있으면 아버님처럼 백발로 지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성격이 사제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면도 많습니다. 신자분들은 냉철한 판단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을 지닌 사제도 좋아하겠지만 저같이 조금은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이 있는 사제도 기쁜 마음으로 대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의 체질과 성격을 닮게 되고, 그 집안의 가풍과 문화 속에서 자라나기에 그 집안의 가문을 따라가게 됩니다. 간혹 부모님과 그 가문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이웃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 마련입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닮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어미가 자식을 잊을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을 잊지 않고 사랑하신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은 자비와 용서, 친절과 온화함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의 삶 속에서 드러내야 합니다.

이제 곧 새로운 교황님이 선출됩니다. 하느님을 닮은 그래서 교회와 세상을 사랑하는 교황이 선출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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