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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7일 *사순 제5주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17 조회수600 추천수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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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사순 제5주일(R)  -  요한8,1-11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하느님과 인간의 접촉>

 

 

    성경 안에는 특히 복음서 안에는 죄인인 우리 인간들을 향한 극진한 하느님 사랑과 자비가 샘물 솟듯이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중죄인 자캐오의 가정에 구원을 선포하시는 예수님, 모두가 포기한 말기 환우들에게 치유의 손길을 건네는 예수님, 배신자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시선을 보내시는 예수님...

 

    그중에서도 제 개인적으로 가장 강도 높게 그리고 손에 잡힐 듯이 강렬하게 하느님 자비가 느껴지는 복음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요한복음 8장 1~11절입니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혀 예수님 앞으로 끌려온 여인의 ‘기막힌’ 사연입니다.

 

    죽느냐 사느냐 절체절명의 순간에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반응은 정말 특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과연 무엇을 쓰셨을까요? 저도 그 긴박한 순간에 예수님께서 땅바닥에 무엇을 쓰셨을까, 무척이나 궁금해서 관련된 자료도 많이 읽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사신 수많은 성경학자들과 교부들도 이 부분이 무척이나 궁금했던지 다들 연구들을 많이 하셨더군요.

 

    대체로 학자들은 이런 것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둘러서 있는 악한 고발자들의 이름? 아니면 그들의 죄목? 그러나 이것 역시 예수님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귀신도 모를 일입니다.

 

    중요한 것을 예수님의 태도입니다. 그 순간은 정말이지 예수님 할아버지라도 방법이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보시게들! 이 여자 불쌍하지도 않은가? 웬만하면 그냥 풀어주지.”라고 말씀하셨으면 그 말씀은 모세 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말씀이기에 예수님을 끌고 갈 판국입니다.

 

   반대로 예수님께서 “이 상황에서 나도 어쩔 수 없네. 그 잘난 자네들 율법에 따라 돌로 처형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들 하게!”라고 말씀하셨다면 그간 예수님께서 펼쳐 오신 사랑의 사도직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너무나 난감하고 절박한 상황 앞이었기에 ‘시간벌기’ 작전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느님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깊은 침묵 속에 그 여인을 살릴 지혜의 한 말씀을 찾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윽고 예수님께서는 회심의 결정타 한방을 그들에게 날리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 말씀 끝에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가고 결국 텅 빈 성전 마당에는 예수님과 죄 많은 여인 단 둘만 남게 됩니다. 이 순간에 대해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정말 아름다운 주석 하나를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모두가 다 빠져나가고 오직 둘만 남았습니다. 우리 인간을 대표하는 ‘비참한 여인’과 ‘하느님의 자비’ 둘만 남았습니다.”

 

    그 순간은 어찌 보면 죄인인 우리 인간과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온전히 합일하는 놀라운 은총의 순간입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엄동설한 빨갛게 달아오른 뜨거운 연탄난로 위에 눈덩이 하나를 한번 올려놔 보십시오. 결과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순식간에 눈덩이는 자취를 감추며 증발해버릴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 뵙는 순간도 마찬가지겠지요. 죄인인 우리가 뜨거운 하느님 사랑과 마주치는 순간 우리의 모든 죄는 순식간에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죄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오랜 세월 안고 왔던 허물, 부족함, 나약함, 갈등, 고통, 상처 그 모든 것들이 하느님 얼굴을 대면하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살아생전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정말 중요한 평생의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하느님 사랑을 한번 온 몸으로 체험하는 일입니다.

 

    그 순간 우리가 체험하게 될 은총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새 인생이 시작될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관이 열릴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그 순간은 어찌 보면 한 인간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한 인생이 태초의 순결한 상태를 다시 한 번 회복하는 순간입니다.

 

    오늘 우리 역시 하느님의 어처구니없는 사랑, 바보 같은 사랑, 정말이지 기가 막힌 사랑을 통해 죄 많은 여인처럼 깨끗하게 변화될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접촉을 통해.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와 하느님과의 접촉은 오늘 우리가 집전하고 참여하게 될 성체성사를 통해 완벽하게 이루어지니 이 또한 얼마나 큰 은총인지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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