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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17 조회수317 추천수5 반대(0)
얼마 전에 ‘욱 하는 사회’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손실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평생 씻을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사소한 시비가 큰 싸움을 일으키기도 하고, 아파트의 층간 소음은 살인까지 불러오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신부님들과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 있습니다. 나이가 60이 다 되가는데도 가끔씩 언쟁을 높이는 분들을 봅니다. 그것이 생각이 다른 것일 수도 있고, 상대방의 작은 실수 일 수도 있고, 평소에 보여주었던 언행 때문일 수도 있지만 후배인 제가 보기에도 민망한 모습입니다. 다행히도 서로 화해하고, 또 웃음을 보여주었지만 ‘욱 하는 것’은 오랜 기도와 수련으로도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 본당 사목위원의 경험입니다. 그는 술을 잘못했습니다. 하루는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상급자가 자꾸 술을 권했습니다. 한두 잔은 받았는데 너무 심해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뺨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중간 간부고 그 자리에 아랫사람도 있었는데 창피하고 분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 때문에 참았습니다. 집에 와도 분이 삭지 않아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회사를 그만두자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사표를 결심하니까 마음이 씁쓰레해 성당을 찾았습니다. 제대 뒤 십자가를 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음성이 들렸다고 합니다. ‘겨우 뺨 한 대 맞은 것 갖고 그렇게 억울해하느냐? 나는 멸시와 천대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갔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면서 부끄러워졌다고 했습니다. 그는 다음 날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뺨을 때린 간부가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가 처리한 일에서 하필 그때 문제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누군가 변호해야 했는데 적임자는 뺨맞은 사목위원이었습니다. 그는 아무런 감정 없이 옹호했다고 합니다. 일처리가 끝난 뒤 그 간부는 예비교우가 되었고 세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작은 기적입니다. 주님께서는 말없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도 변명 없이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불평과 불만은 나쁜 습관입니다. 나쁜 습관을 벗는 길은 좋은 습관을 지니는 것밖에 없습니다. 인내와 절제가 힘들어질 때 십자가를 바라보아야겠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신부님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였습니다. 기분 좋게 시작을 했는데 저 때문에 약간의 언쟁이 생겼습니다. 저는 운동 신경이 거의 없는 몸치입니다. 한쪽의 신부님들은 제게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신부님은 그러면 안 된다며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중간에서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똑같이 대해야 하는 것도 저의 의중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듣고 있다가, 저의 생각은 묻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계속 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화가 났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에는 대게 그 자리를 피하는 편입니다.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가 그렇게 인기가 좋은가!’ 신부님들이 따라 나와서 못이기는 척 다시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저의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3번을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냥 웃고 참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순 제 5주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순시기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을 맞는 의미도 남다를 것입니다. 사순시기에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이나 잘못된 버릇, 낭비벽, 교만 등 자신의 악습을 모두모아 주님께 봉헌하도록 합시다. 신앙인이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의 그늘 속에 갇혀 있다면 어둠의 자녀로 남습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참된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분노와 원망 그리고 미움과 증오는 과거를 보는데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용서와 사랑 그리고 화해와 평화는 미래를 보는데서 시작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간음한 여인의 과거를 보았습니다. 그녀의 행동과 그 결과를 보았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손에 돌을 들고 ‘욱 하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왔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녀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과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한 때 그녀 또한 순수한 마음이 있었고,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죄 없는 분들이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예수님께로 돌아온다면, 예수님과 함께 한다면 그동안 내가 가졌던 명예, 자존심, 체면, 학력, 경험도 모두 쓰레기통에 넣을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이제 너희의 과거를 보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한다.”(1독서) 바오로 사도 역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지나온 것들은 모두 버리려 합니다. 그리고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그곳을 향해서 나가려 합니다.”(2독서)

지난 날의 거짓된 것들은 모두 버려 버리고 하느님을 향해 나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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