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빛이 존재하는 한 그 어둠은/신앙의 해[117]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18 조회수320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림 : [이스라엘] 갈릴래아 타브가 베드로 수위권 성당

첫째 날, 그분께서 빛을 만들기 이전부터 어둠은 있었다.
그 어둠이 땅위의 물 덩어리를 그렇게 덮고 있었다. 
어둠에 묻힌 물위에 하느님 그분이 계셨다.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그렇게 또 그렇게 하염없이 감돌고 있었다.
이것이 한 처음에 존재했던 그 모습이다.
이렇게 하느님은 어둠과 함께 계셨다.
하느님이 어둠을 지배하고 있었다.
믿음은 이렇게 어둠과 함께 시작되었고 하느님에 의해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믿음은 이미 빛 이전부터 어둠과 함께 있었다.
어둠은 단지 하느님과 함께 존재하는 것에 불과하였다. 
 

이 어둠이 빛에 밀리어 사라지곤 한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은 자리를 내어준다.
빛이 들어오면 언제나 비껴준다.
이렇게 어둠은 빛과 함께할 수 없다.
어둠은 빛을 결코 이기지 못한다.
이게 어둠의 속성이다.
어둠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지만 빛에게는 언제나 그 자리를 양보해야만 한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창조 이전부터 가지고 계셨던 신념이셨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나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선포하신다.
빛이신 그분께서는 늘 우리를 비추시며 함께하신다.
이는 단순히 어둠 속에 있는 우리를 밝게 만들어 주신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빛이신 예수님’의 그 빛을 받으면 삶의 분위기는 달라질게다.
무엇이 우리의 생활을 우울하게 하는지?
먼저 밝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밝은 사람은 멀리서부터 ‘밝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가 등장하면 주변이 환해지고 말을 안 해도 사람들은 편안한 기분이 되리라.

반대로, 나타나기만 하면 사람들이 피하려 드는 사람도 있다.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를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흐려진다.
되도록 그의 곁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것은 윗사람에게만 있는 현실이 아니다.
동료들 가운데에도 아랫사람들 가운데에도 분명히 있다.

자신은 어느 편에 속하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하리라.
빛의 사람은 타인에게 그 빛을 준다.
남에게서 빛을 빼앗고 있다면 어찌 ‘빛의 사람’이라 할 수 있을지?
죄를 짓는 직업은 없다.
그건 모두 ‘세상의 판단’일 뿐이다.
주님께서는 세리와 창녀들을 칭찬하셨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건 빛을 주고 있다면 빛의 자녀인 것이니까.

빛은 어둠이 있어야 빛난다.
어둠이 없다면 그 빛은 빛이 아니다.
어둠이 빛없이는 어둠이 아니고 단지 존재하는 빛물체와 다를 바 없다.
어둠속에서만 빛은 빛난다.
짙은 어둠에서 더 빛난다.
그 어두운 어둠이 사라졌기에 빛이 빛으로 빛나는 것이다.
이 어둠은 빛이 사라지면 자연 다시 제 자리를 잡는다.
그 빛이 약해지면 서서히 그렇게 다가오기에.
 

빛이 이제 빛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온 천하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한 처음의 태초에 함께 한 어둠의 그 존재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이 빛은 어둠을 결코 버리지는 않는다.
그 어둠이 그 빛에 그저 그렇게 잠겨만 있기에.
빛 속에 어둠은 그렇게 그렇게 있을 것이다.
그 빛이 물러나면 어둠은 다시 나타나고, 그 빛이 들어오면 어둠은 그 빛 속에 잠기고,
다시 사라지면 그 어둠은 다시 나타나리라.
 

“나는 세상의 빛이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분명한 말씀을 주셨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그 빛을 청해야 할 게다.
그리하여 삶을 ‘밝게’해야 한다.
그러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은 조금씩 사라진다.
빛이 존재하는 한 어둠은 그 빛 속에 꼼짝없이 잠길 게다.
완벽한 사람은 오히려 부족한 듯이 보이는 법이다.
겸손한 이, 그이만이 결국은 복음을 전하는 밝은이가 되리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