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1 조회수341 추천수3 반대(0)


어제 오후에는 방송사와 은행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대인들에게 전산망의 마비는 경제, 문화, 산업에 큰 타격을 주는 일입니다. 저도 인터넷이 접속이 되질 않으면 강론을 써도 함께 나눌 수 없고, 제가 있는 이곳 용문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없고, 은행거래도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전산망이 연결되면 인터넷 뱅킹으로 은행 업무를 보고, 서울 가는 기차표를 예약 할 수 있고, 보고 싶은 책도 검색해서 주문하고, 김연아 선수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기도 볼 수 있습니다. 전산망의 마비는 많은 이들에게 눈은 있지만 어둠을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유시민씨가 새로 쓴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은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마이클 샐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함께 최근에 읽은 책입니다. 두 책 모두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우리의 ‘뇌’ 구조를 잠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프로이드는 생물학적으로 연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의식을 이드, 에고, 슈퍼에고로 구분하였는데 이는 뇌간, 변연계 그리고 대뇌피질의 구성과 비슷하다고 말을 합니다.

누군가를 돕고, 자기를 희생하고, 하느님을 생각하고,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능력은 고도로 발달한 우리의 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죽음 역시 호흡을 못하고, 심장이 정지하고, 뇌파가 멈추는 생물학적인 죽음이 있습니다. 이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생물학적인 죽음 이외에 철학적인 죽음을 생각합니다. 치매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모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지만 한 인격으로, 품위 있는 지성을 사용 할 수 없기에 철학적인 죽음에 이르렀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합니다. 생물학적인 삶은 누구나 유한합니다. 철학적인 삶 또한 생물학적인 죽음에 이르면 사라지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영원한 생명’은 또 다른 차원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와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오늘 그 실마리를 제1독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입니다. 비록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은 생물학적인 삶은 다 했지만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기에 신앙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욕망대로 살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어도 이는 신앙적인 죽음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저 역시도 언젠가 저의 생물학적인 삶이 끝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것들도 저의 죽음과 함께 사라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가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생물학적인 삶을 무한이 이어가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우리들의 희생과 우리들의 나눔을 통해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모두가 신앙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복음의 가치를 상실한다면 좋은 단체는 될 수 있겠지만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신앙의 빛이 될 수 없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안에서 나의 모든 것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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