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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면세계의공간을 찾자.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22 조회수358 추천수0 반대(0) 신고

 

 

내면세계의 공간을 찾자 

자신의 삶의 여정에

들어 있는 기쁨의 자취를

공개해도 좋다고

허락한 한 부인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다.


"저는 아버지께서 화를

벌컥 내시는 상황이 시작되면

아무도 저를 찾을 수 없는 장소로

도망쳐 숨어들곤 했어요.

처음에는 우리 집 정원의 한쪽에

빽빽이 서 있는

전나무들 속으로 숨어들었지요.

그러다가 조금 자라고 난 뒤에는

지붕 위나 지하실 나뭇가지들이나

 다른 덮게들을 이용하여

작은 은신처를 만들어

 숨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가

가장 즐겨 숨어든 곳은

마을 성당 안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의

긴 파이프들 뒤였어요.

그곳까지 저를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어른이 된 지금도 제가 묵상하기를

가장 즐기는 장소는

 아무도 저를 찾아올 수 없고,

아무도 저에게 방해할 수 없는 곳,

그리스도만이 다가오실 수 있는

저만의 작은 공간이에요.

이런 곳을 찾아가서

묵상하면 저는 편안함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쁨과 평안도 체험해요.

저는 일찍부터 제가

두려움을 느끼거나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되는 듯한 상황에 놓일 때는

성모 마리아의 옷자락 안으로

숨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머니로부터 따스한 사랑을

 적게 체험했기 때문에,

그 부족한 부분을 저에게

채워 주실 수 있는 분 중의 한 분으로

성모 마리아를 생각했지요.

저는 '성모 마리아님,

옷자락을 펴시옵소서' 라는

노래를 좋아했어요.

그러면 저는 성모님의

옷자락 속으로 숨어들어

그곳에서 보호와 안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혼자서 생각을 키워 나갔어요.

저를 편안하게 하는

 또 다른 일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주말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별장으로 가곤 했어요.

그 작은 별장 주변에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그 속에 제 기억으로는

석고로 만들어진

하얀색의 작은

피에타상이 있었어요.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가장 먼저 그 피에타상으로 달려가서

그동안 쌓인 먼지와 낙엽들을

 떨어내고 깨끗이 청소하고

주변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 피에타상을 새로 장식하기 위해

이리저리 꽃을 찾아다녔지요.

그곳에서 그런 일을

하는 동안에는 언제나

큰 평화를 느꼈어요.

그것은 제가 오랫동안

지속했던 일종의 전례행위였습니다.

 저는 그 피에타상이

 부서진 채로 땅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던

제가 느꼈던 아픔을 지금까지도

생생히 잘 기억하고 있어요.

저는 어른이 된 지금도

본질적으로는 이 전례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전례행위가

'어린 시절의 그 행위의 자취'

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지금도

제가 압박감을 느낄 때,

저희 성당 안에 있는

피에타상을 가장 즐겨 찾아요.

성모 마리아가 저를

틀림없이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분 곁으로 숨어드는 것이지요.

피에타상을 보는 순간

저는 벌써 그곳에

저의 고통과 분열,

 어두움,

그리움 같은

모든 것들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저의 내면에

안식의 공간을 지니게

되는 것이지요."

일부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회상이 퇴행적인 행위이거나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도망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기도와 묵상도 일종의 합법적인

 퇴행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 경우 기도와 묵상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작업에

 힘을 제공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어야 한다.

앞의 글을 쓴 부인은

삶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온

영적 어려움들을 묵인하거나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것에 정면으로 도전해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도중에,

 어린 시절의 자취를 더듬다가

삶을 쇄신할 수 있고

기쁨을 가질 수 있는

원천과 안식처인 공간을

만난 것이다.

삶의 쇄신과 기쁨,

그리고 안식처에 대한

어린 시절의 자취

그녀의 친정어머니가 냉정하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다는 사실 때문에

성모 마리아가 그녀에게

대리모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성모 마리아에게서

 하느님의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발견하여,

자신을 힘들게 했던 어머니

사랑의 결핍에 대하여

단순히 불평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운 것이다.

그녀처럼 이렇게 어린 시절에 가졌던

 기쁨의 자취를 발굴하여 오늘날

의식적으로 새롭게 현실화시켜

가는 것은  그녀의 영성에

큰 도움이 된다.

이제 그녀는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나 조언에 좌우되지 않고,

어린 시절의 체험과

그 외의 삶의 체험에 바탕을 둔

내면세계에서 우러나오는 의욕에 따라

흔들림 없이 살아가게 된다.

수많은 피정을 지도하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에

어떨 때 가장 행복함을 느꼈으며,

자신에게 어려움이 다가왔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 나갔는지

고요히 생각해 보게 하면

그들은 그렇게 하는 동안

자신들의 내면에 무엇인가가

솟아오름을 예외 없이 느끼곤 했다.

그들은 과거에 입은

상처들로부터 벗어나오기 위하여

1년 이상을 시도하면서 고생했던

방법보다 훨씬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곤 했던 것이다.

어떤 부인은 내게

자신이 어린아이였을 때

집안에 긴장감이 맴돌면

언제나 혼자 물러나와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어떤 식으로 혼자 있었느냐는 질문에

녀는 자주 몇 시간씩 흔들의자 위에

앉아 의자를 앞뒤로 흔들면서

때로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추억을 상기해 냈다.

그녀는 달팽이집 같은

좁은 공간으로 숨어든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앞뒤로 흔들거리는

흔들의자에 앉아

내면의 평화를 회복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었고,

자신의 고유한 움직임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압박하는

가족 안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흔들의자의 규칙적인 흔들림은

어머니의 뱃속이나

유모차를 연상케 한다.

그것은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잘 다루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처리하도록 내어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노래까지 불렀다.

당시 어린아이였던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말로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꾸중을

심하게 하거나 어려움이 생겨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노래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어린아이였을 때,

흔들의자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곤 했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표현해 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내면에 들어있던 것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부인은 이런 추억에 대해

나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내면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일어나지 않자 매우 당혹해했다.

영육간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하여 행한

치료와 여러 가지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아직도 삶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으로 느꼈다.

그녀는 어떤 것에도

기쁨을 가질 수 없었다.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갈 경우,

주변에 있는 초원과

숲에 대한 기쁨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잔뜩 밀려온 외로움에만 시달리곤 했다.

그녀가 어렸을 때에는 생동적으로

있을 수 있는 방법과

삶을 즐거워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었지만

그때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녀에게 조언해주는 치료자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실 그 당시 그녀는

치료자를 자신 안에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적인 치료자,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어린아이,

참된 자아와 그녀는

이제 다시 만나야 했다.

그렇게 해야 영육간의 건강이

 차츰 회복될 것이고,

그녀의 내면에서 삶을 향한

생동감이 솟아오를 것이다.

-다시 찾은 기쁨에서/ 안셀름 그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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